어느 삼성전자 임원의 별난 스톡옵션 행사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삼성전자 임원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대박 얘기는 흔하다. 스톡옵션을 받아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임원 숫자만 960명이 넘다보니 하루에도 평균 1~2건은 관련 공시가 나온다. 하지만 스톡옵션을 행사해 받은 주식을 전량 계속 보유하는 경우는 드물다. 스톡옵션 행사시 차익에 대한 세금을 미리 내야 하는데다 주가가 추가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나중에 행사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식을 깨뜨리는 사람도 있다. 유문현 삼성전자 LCD연구소 전무 같은 이다. 유 전무는 2004년 1월 기업의 별이라는 삼성전자 임원을 달았다. 그해 4월16일 행사가격 58만300원짜리 스톡옵션 5000주를 받았다. 행사기간은 2006년 4월17일부터 2014년 4월16일까지였다. 당시 이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사람은 유 전무 외에도 118명이나 됐다. 총 부여 스톡옵션 수는 59만주였다.
유 전무는 2010년 12월과 2011년 6월 각각 100주씩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유 전무는 스톡옵션을 행사해 받은 주식들을 그대로 보유했다. 유 전무가 첫 스톡옵션을 행사한 2010년 12월은 삼성전자가 사상 최초로 90만원을 넘던 때였다. 2011년 6월도 80만원대였다.
백미는 지난달 말이다. 유 전무는 1월31일자로 스톡옵션 1000주를 행사한 주식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바로 팔았다면 5억원 이상을 현금화할 수 있었지만 유 전무는 58만300원에 1000주를 사기만 했다. 유 전무는 5억8030만원의 주식 취득 값 외에도 당시 주가와 평가차익인 주당 52만원에 대한 세금까지 부담하며 삼성전자 주식을 산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임원들은 6일까지 1주일간 총 12건의 지분 변동 상황을 공시했다. 이 공시들은 대부분 기존 보유 지분이나 스톡옵션 행사 주식을 장내에서 팔았다는 내용이다. 이중 스톡옵션 행사 후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공시는 유 전무의 경우가 유일하다.
비슷한 시기, 일부 임원은 스톡옵션 행사 후 판 주식수가 5000주를 넘어 25억원 이상을 현금화하기도 했다. 아직 현금화하지 않았지만 유 전무의 평가익도 그 정도다. '주식은 현금화해야 내 돈'이라는 증시 통념은 유 전무에게 남의 나라 얘기다. 참고로 유 전무가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던 첫날인 2006년 4월17일 삼성전자 주가는 64만8000원이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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