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한나라당의 공천을 담당할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공천위)에 깜짝 발탁된 진영아 위원이 1일 자진사퇴했다. 공천위원 명단을 발표한 지 하루만이다. 진 위원은 직접 제복을 입고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벌인 시민단체 패트롤맘의 회장으로, 정치에 참여하지 않았던 참신한 인물로 꼽혔던 사람이다.
진영아 씨가 사퇴로까지 가게 된 데는 그의 정치활동경력과 허위학력이 문제가 됐다. 진영아 씨는 17대 대선을 전후로 친이(이명박)계 외곽 조직인 '국민성공실천연합'에서 대변인까지 지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초 인터뷰에서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고 소개했으나 실제로는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나라당에선 홈페이지에 기록된 진영아 씨의 이력을 한 시간 만에 수정하는 등의 해프닝마저 벌어졌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번 인선이 전적으로 자신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다소 체면을 구기게 됐다. 박근혜식 인사는 비대위 출발부터 주목을 받았다. 연령과 정치 성향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선으로 논란도 벌어졌다. 이번 공천위 구성도 외부 공천위원 8명이 모두 정치적 경험이 없어서 "너무 비정치적인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까지 벌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체면을 구겼다는 정도로 넘어가기 힘든 포인트가 있다. 바로 박근혜식 '밀실 인사'의 허점이다. 측근에게까지 보안을 지키는 상황에서 검증은 제대로 이뤄질 여유가 없었다. 인물을 찾기 위한 네트워크도 그만큼 협소해졌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파격 인사의 한계도 드러났다.
비대위 구성과정에서 이준석 비대위원과 조동성 비대위원도 단 한차례의 만남에서 호감을 갖고 전격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천위 구성도 일부 지인들의 추천과 이력서에 의존해 선임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검증을 담당해야 할 공천위원에게는 정작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벤트성 인사의 예고된 사고'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위원장은 대통령을 꿈꾸는 인물이다. 출범 초기, 큰 지지를 받았던 이명박 정부에 대해 민심이 돌아선 계기는 이해할 수 없는 '인사'였다. 이 점을 상기한다면, 진영아 씨를 둘러싼 인사 해프닝이 반복돼서는 곤란할 것 같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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