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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대기업의 골목상권 철수..상생의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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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산업2부 차장


20년 넘게 빵집을 운영했다는 한 제과점 사장은 한참동안 하소연을 늘어놨다. 반평생 빵집을 해왔지만 요즘처럼 어려웠던 때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변변한 기술이 없어 방황하던 청년시절 제과제빵기술을 배워 빵집을 열었다. 그 덕에 결혼도 하고 생활도 안정됐지만 건물주들의 임대료 횡포(?)에 골목에까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서니 이제는 한달 생활비 벌기도 빠듯하다.

시장에서 두부를 팔아 세 자녀 대학 졸업시키고 시집, 장가 보냈다는 두부 할머니도 마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재래시장은 대형 할인마트에 밀려 손님 발길이 뜸하고 골목까지 들어선 대기업 계열 마트에 동네 슈퍼도 문을 닫아 요즘엔 두부 몇 판 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꽃집 아저씨의 고민도 엇비슷하다. 일부 대기업들이 구축해놓은 인터넷 유통망을 통해 꽃을 배달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수수료 명목으로 30% 가량을 내고나면 손에 쥐는 건 몇 푼 안된다고 한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에게 적합한 업종에 진출해 골목상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대기업들 중 일부가 관련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호텔신라 계열사인 보나비가 커피ㆍ베이커리 사업에서 물러나고 범LG가(家) 기업인 아워홈도 순대ㆍ청국장 사업분야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중소기업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야할 대기업의 재벌 2, 3세들이 제과, 떡볶이, 순대 등 서민형 업종인 외식사업 분야에 진출해 서민 자영업자의 생계를 위협하고 사회 양극화 심화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는데 조금은 개선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400년 동안 부를 유지해 온 경주 최 부자는 흉년에 남의 논밭을 사들이지 못하게 하는 전통으로 유명하다. 진사 이상의 벼슬도 못하게 했고 만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라고 했다. 사방 100리 안에 굶어서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얘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극대 이윤을 추구하기보다는 적정이윤을 지켜야하고 신뢰와 신망을 잃지 않아야 안정적인 부의 유지가 가능하다는 철학을 실천한 셈인데 부자로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잘 지켜온 게 400년 동안 부와 명예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재벌은 사전적으로 '대자본가의 일가나 친척으로 구성된 대규모 기업 집단'을 뜻한다. 우리나라 사전에만 있는 재벌과 대규모 기업집단인 대기업을 구분짓는 것에는 여러 기준이 있다. 분명한 것은 재벌은 부정적인 의미로, 탐욕이나 부정부패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 건드리지 말아야할 영역이 있다. 생계를 위해 물고기를 잡되 치어가 걸리지 않도록 적당한 크기의 그물을 써야한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김민진 기자 asiakm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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