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몽클레르(MONCLER)'. 설 연휴기간 네티즌들 사이에 이슈가 됐던 단어 가운데 하나다. '몽클레르'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본사를 둔 의류 브랜드다. 유럽 주요 국가와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미국 등 13개국에 매장을 둔 이 회사는 패딩점퍼·니트 등 겨울용 의류로 유명하다.
한국에는 청담동과 신세계 본점·강남점에 판매점을 뒀다. 국내에서 남성복 패딩점퍼의 경우 가장 싼 제품이 139만원이다. 한국에서는 아동복을 팔지 않는다. 해외에서는 60만~70만원대의 가격에 아동복 패딩점퍼를 판매한다고 한다.
이 브랜드가 유명해진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손녀딸이 입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 여사, 손녀들과 함께 지난 21일 청와대 인근 전통시장에서 장을 봤다. 장을 보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인터넷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됐고, 이 사진속에 등장한 이 대통령의 손녀가 '몽클레르' 패딩점퍼를 입고 있었다.
일부 네티즌은 '몽클레르'가 300만원 안팎의 고가 브랜드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순식간에 사실확인 없이 확산됐다. 아동복은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반박이 나왔지만, "그것도 비싼 옷 아니냐"며 '명품옷을 입은 대통령 가족의 서민행보'에 대한 비아냥이 넘쳐났다. 대통령의 서민행보에 동행한 가족들의 차림새는 충분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 청와대측도 "아이들 복장까지 우리가 챙기지 못한 것은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시인했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범한 복장의 손녀와 함께 찍은 사진에 비교하며, '이명박=부자, 노무현=서민'이라는 정치적인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딱 봐서 비교가 될 만한 두 장의 사진만으로 대통령의 어린 손녀들을 '부자와 서민'의 틀에 집어넣었다.
이 주장은 엄청난 위험과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이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하자. 이들이 대통령의 손녀라는 점을 친구들은 물론 많은 주변사람들이 알고 있다. 사진까지 인터넷으로 모두에게 공개됐다. 이들이 조금 비싼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그 어떤 불이익을 받을 이유는 없다.
이 대통령이 부자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노 전 대통령이 서민적인 모습을 우리에게 많이 보여줬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물론 손자, 손녀까지 그 구도로 봐서는 안된다. 특히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부자와 서민'의 구도는 남다르다. 분명 정치적이다.
어린 아이들을 정치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자. 총선과 대선, 두 번의 전쟁을 치르면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정치와 민주주의를 몸소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의 논란은 아이들에게 상처만 주는 일이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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