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음주로 시끄럽다. 경찰은 최근 두산 신인 이규환의 사망을 음주에 의한 실족사로 보고 있다. SK의 몇몇 신인 선수들은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 불미스런 사고에 휘말리기도 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음주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몇몇 선수들이 음주운전 등에 연루돼 무대를 떠나야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각 팀들은 정규시즌 80경기씩을 소화했다. 133경기의 현재보다 절반이 조금 넘는 일정이었다. 체력적인 부담이 거의 없었던 셈. 그래서 1세대 선배들은 경기가 없는 날이나 쉬는 날이면 친목 도모와 팀 단합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음주를 접하곤 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음주를 즐긴 스타급 선수들이 꽤 많았다는 점이다. 그들 가운데 대다수는 현재 프로구단의 감독 자리를 꿰차고 있다.
국내 감독들은 음주와 꽤 친숙한 편이다. 몇몇 사령탑들은 가끔 고참급 선수들과 자리를 만들어 가볍게 맥주 한두 잔을 기울인다. 이는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술은 코칭스태프와 선수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서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수장이 술을 싫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대화 창구 역할은커녕 전체적인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2001년 글쓴이는 롯데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돼 미국 애리조나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선수단이 이미 스프링캠프에 도착해 혼자 비행기를 타고 팀에 합류해야 했다.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선수들은 제집 드나들듯 자연스럽게 생활하고 있었다. 삼성이 다년간 사용해온 모텔을 숙소로 잡은 덕이었다. 선수들은 그 앞 마트를 마치 자매결연이라도 맺은 양 하루 수십 번씩 들락거렸다. 당시만 해도 달러의 환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물가도 안정적이어서 간식거리나 맥주 캔 등을 구입하는데 부담이 거의 없었다. 마트는 이 강은 수요를 너끈히 충족시켰다. 삼성 선수단이 전지훈련지에 도착할 즈음에 맞춰 수십 박스의 맥주를 쌓아놓았다.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꽤 짭짭한 수입을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마트와 삼성 선수들의 인연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았다. 당시 수장이던 김응룡 감독이 갑작스레 금주령을 발동한 까닭이다. 선수들의 방에 비치된 냉장고를 일일이 검사하라고 지시했을 만큼 감시는 날카로웠다. 결국 그해 모텔 앞 마트는 맥주재고만 쌓이는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쫄딱 망했다는 소문도 몇 번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삼성은 그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근 SK 구단은 선수들에게 철저한 자기관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령탑인 이만수 감독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음주를 즐기지 않는다. 선수단 전체는 그 색깔에 빨리 적응할 필요가 있다. 삼성 선수들이 김응룡 감독의 금주령에 술을 멀리했듯 말이다.
많은 야구 관계자들은 이 감독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분위기다. 그는 시작부터 대대적으로 자율야구를 표방했다. 하지만 전지훈련을 떠나기도 전에 신인 선수들은 술과 관련한 사고에 휘말리고 말았다. 음주문제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종종 벌어진다. 개인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감독이 침이 마르도록 철저한 자기관리와 확실한 목표의식을 강조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두 가지가 지켜진다면 많은 팬들이 우려하는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마해영 IPSN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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