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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난 '외국인 유동성'.."구조적 전환 맞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18초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잠자던 외국인'이 깨어났다. 외국인은 20일 코스피 시장에서 1조4173억원어치를 쓸어 담으며 지수를 1949선까지 끌어올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위험자산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며 국내증시로도 본격적으로 자금을 유입시킬 가능성을 높게 봤다.


외국인의 기조적인 매수세는 사실 지난 12월21일부터 이어져왔다. 그러나 12월 초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예고된 악재'가 언제 돌출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늘 도사리고 있었던 데다, 오는 2~4월 재정위기 국가들의 대규모 만기 도래를 앞두고 '반신반의'하는 움직임이 이어져 왔다. '기조'는 이어왔으나 '규모'는 적극적으로 키우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유럽위기에 대한 외국인의 반응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의 3년 만기 장기대출 프로그램 가동을 통한 유동성 공급이 재정위기 국가들의 성공적인 국채발행을 도우면서 투자심리의 변화가 감지됐다. 간밤 프랑스·스페인의 국채 입찰에서도 수요는 목표치를 넘기고 발행금리는 낮아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앞서 프랑스, 그리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포르투갈, 독일 등도 양호한 성적으로 국채 발행을 마무리 지었다.


박승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위기국가들의 강도 높은 추가 긴축안, 이번달 말 열릴 유럽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 등이 맞물리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특히 신용등급 강등 이후 이번주 진행된 주요 유럽국가들의 국채발행이 모두 무난히 소화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사실상 양적완화에 준하는 정책인 ECB의 장기대출 프로그램이 당초 우려와는 달리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1%의 저금리로 자금을 은행권에 대출해주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차익거래 기회가 발생했고, 이는 국채 수요가 증가하는 결과로 연결되며 금리를 떨어뜨렸다는 것. 이렇게 하락한 금리는 다시 투자심리를 호전시키는 순환적 흐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역시 "위험자산의 선호와 이에 따른 외국인 매수가 주는 효과에 주목할 만하다"며 "프랑스와 EFSF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에는 잠재적 불확실성까지 제거되면서 유럽 재정위기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고 평가했다.


물론 그리스 국채교환 협상에 대한 우려는 아직 남아있지만 무게감이 '비관'에서 '낙관'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해결을 위한 시간적 여유도 남아 있다는 점에서 당장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그는 "유럽 위기로 투자를 망설이던 투자자들이 점차 위험자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고스란히 외국인 매수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외국인의 추이를 봤을 때 '사는 관점'에서 증시에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외국인이 위험자산 선택에 나서면서 잠자고 있던 유동성이 움직이게 되면 구조적인 전환을 맞을 수 있다"며 "외국인의 힘으로 박스권을 상향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주춤할 때 사두는 대응'이 적절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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