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출자총액제도(이하 출총제)가 다시 정치권의 핫 이슈로 부상했다. 민주통합당에 이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출총제 보완 발언을 하자 정재계에서 출총제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도대체 출총제가 뭐길래 이렇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이 되는 걸까. 출총제는 정치권 입맛에 따라 폐지와 부활을 오가는 굴욕의 역사를 겪었다.
1987년 처음 도입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대기업 집단이 순자산의 일정 비율까지만 계열사에 출자할 수 있도록 한도를 두는 제도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 계열사 출자 한도는 당초 40%였으나 1994년 25%로 강화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출총제는 폐지됐다. 그러나 폐지후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2001년 김대중 정부는 출총제를 부활시켰다. '30대 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순자산 25% 초과 지분 보유 금지'로 되살아난 것이다. 그 뒤 참여정부 들어 "대기업 투자 막는다"는 비판이 일어 2007년 출자 한도를 20%에서 40%로 크게 완화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출총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2009년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11년만에 출총제를 두번째 폐지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상 기업이 적어 실효성이 크게 약화됐고 기업 규제를 완화해 투자의욕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운찬 동방성장위원장도 "출총제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재계에서는 출총제 부활론이 자칫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의 자산 몇 % 이상은 투자 못한다"는 단순한 출총제를 부활시킨다고 해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출총제 자체가 각 기업의 고유하고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라는 얘기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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