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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명동 '암달러' 아줌마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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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위안화 해방구된 쇼핑1번지, 중국돈 통용·달러가치 하락에 울상

"잘 나가던 명동 '암달러' 아줌마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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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19일 오후 명동의 한 환전소. 한 시간여 동안 이 곳을 찾은 손님이라곤 엔화 몇 장을 들고 온 20대 일본인 여성 한명 뿐이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박모씨(50·남)에게 춘절을 맞아 중국인이 많이 오는지 묻자 "중국인들은 요즘 이런 곳(?)에 오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중국 최고의 명절인 춘절(22~28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들의 물결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인근 상점 및 백화점 면세점과 달리 명동과 남대문 일대 암달러상과 사설 환전소는 별 재미를 못보고 있다. (본지 1월19일자 3면 '명동 위안화 해방구 됐다' 참조)

명동에서 10년째 환전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60대 환전상은 "중국인이 많이 온다고 하지만 대부분 면세점이나 백화점을 선호한다"며 "요즘에는 중국인들이 카드를 많이 사용하고 상점에서도 위안화를 받아주는 곳이 많다보니 환전소를 찾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실제 기자가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에 가서 직접 위안화로 물건을 구매해봤다. 화장품 두 개(2만1000원)를 골라 200위안을 내밀자 점원은 스스럼없이 원화로 1만5000원을 거슬러 줬다. 기자는 이날 환전소에서 3만6000원을 200위안으로(1위안=180원) 바꾼 뒤 위안화로 화장품을 샀는데, 거스름돈으로 1만5000원을 받았으니 환전소에서 돈을 바꿔 물건을 사는 것이나 직접 상점에서 사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원화로 받은 잔돈을 위안으로 바꿀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즉각적으로 위안화로 바꿔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중국인이 구태여 주변의 환전소를 찾아 돈을 바꿀 필요가 없었던 것. 중국 은련(銀聯)카드의 사용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환전소와 암달러상을 우울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 40대 암달러상은 "위안화는 달러와 엔화에 비해 마진이 적을 뿐만 아니라 거래도 뜸해 뭉칫돈이 나오지 않는 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귀띔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암달러 시장에서도 위안화는 찬밥신세다. 남대문 뒷골목의 암달러상 할머니에게 "위안화를 팔러 왔다"고 하니 표정이 굳는다. 손을 잡아끌던 다른 할머니들도 이내 고개를 돌린다. 도리어 "달러는 없냐"고 물어본다.


그러나 최근 달러 거래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달러를 팔겠다고 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는 게 명동 일대 암달러상의 공통된 하소연이었다. 환전상들도 달러 보유를 꺼리고 있다. 달러를 갖고 있다가 가치가 떨어지면 앉은 자리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 십여 군데의 환전상에게 "달러를 살 수있냐"고 묻자 "갖고 있는 달러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유럽 재정위기 및 미국 경제 침체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글로벌 전망을 명동 뒷골목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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