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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한의학 표준, 우리가 먼저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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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한의학 표준, 우리가 먼저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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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세계는 치열한 '표준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7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연구개발(R&D)과 표준화 연계 전략을 확정하고 R&D 운영 요령을 개정하는 등 지식경제부에서 주관하는 거의 모든 R&D를 표준화와 연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대학병원이나 각 제조업체가 'ISO ○○○○○ 획득'이라는 문구를 현수막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 메인 화면 등을 통해 홍보하는 모습은 표준화가 이미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의 산업규격 KSA 3001(품질관리용어)에 따르면 표준화는 '표준을 합리적으로 설정하여 활용하는 조직적인 행위'다.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의 편리함을 목적으로 하는 특정한 활동을 향해 바르게 접근하기 위한 규칙을 작성하고 이를 적용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처음에는 생산작업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고안됐던 표준화는 현재 소비, 유통,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일의 효율을 증가시키고 경제성을 높여주는 수단으로 부상했다. 이미 세계 교역량의 약 80%가 표준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된 제품들이다.

우리나라도 1961년 공업표준화법을 제정하면서 정부 주도의 표준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2010년 현재 2만3600여건의 국가표준이 있으며, 국제표준과 99.8%의 일치 또는 인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의학 분야에서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침구경락 연구거점 기반구축' 사업과 기술표준원의 '침의 국제표준 제정을 위한 국제포럼' 지원 사업으로 2009년 임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호침(KSP3007)의 국가 표준을 제정했다. 일회용 호침 국가 표준은 한의학 분야에서 최초의 국가표준 규격이다. 국가표준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국내 한의과대학 및 학회의 전문가가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진행하는 전통의학 관련 분야의 표준화 작업에 참여해 경혈 위치, 임상용어 표준안 등을 제정하고 이를 WHO를 통해 출판하는 등 국제표준화 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전통의학 분야의 경쟁국인 중국은 2009년 설치된 국제표준화기구(ISO) 내 전통의학 표준기술위원회(TC 249)를 통해 중의학을 국제 전통의학의 주요 표준으로 제정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8년 중국 전통의약 관련 표준 20여개를 제정ㆍ공시하면서 자국 내 표준을 따르는 국제표준안 개발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준비가 치밀하다. 이를 뒷받침할 제도를 정비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등의 인프라도 확보 중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의학계는 아직 표준화 인프라가 취약하다. 해당 분야 경쟁력에 대한 중장기 대책도 미흡하다. 다행스럽게도 2010년 국내에서 상정된 한의학 분야 표준을 검토하고 수정ㆍ보완을 심의해 줄 한의약 표준 기술위원회가 설치됐다. 같은 해 이침(KSP3008), 피내침(KSP3009)의 국가표준이 탄생했고 올해 1월에는 뜸(KSP3000), 침시술안전관리(KSP2000), 경혈위치(KSP3010)의 국가표준이 제정ㆍ공시됐다.


우리나라 고유의 지식재산인 한의학이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기능하려면 전통의학 표준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비산업 분야 표준 확대에 맞서 한의학 분야의 표준 개발 및 국제표준 선점은 현 시점에서 정부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2012년 5월에는 우리나라에서 ISO TC 249(전통의학 분야 국제표준화기구 기술위원회) 제3차 정기총회가 개최된다. 2011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2차 정기총회를 전후해 우리나라도 실무그룹(working group) 의장 수임, 국제표준 신규 제안 등 나름의 성과를 올렸다. 이러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중장기적 대응 계획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


류연희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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