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 일임·대리참석 등 행사방식 다양···"지지후보 단독결정은 안할 것"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경영위원회에 일임', '대리인을 통해', '최종후보군이 선정된 후'…
A증권사 C사장은 최근 하루에도 수 차례씩 찾아오는 고위급 고객(?)들로 인해 난감하기만 하다. 증권업계에서 '난다 긴다' 하는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전에 출사표를 던진 전·현직 CEO들이 면담요청을 해 와 지원요청을 하고 있지만 특정인을 '콕' 집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6명의 예비후보들은 수 년간 업계에서 한 솥밥을 먹어 온 친분이 두터운 선·후배들이기도 하다. 물론 증권, 자산운용, 선물협회 통합 3년이 지난 올해, 본격적인 선진자본시장 시대 개막을 위한 최적임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본지가 오는 26일 치러지는 금투협회장 선거일을 앞두고 주요 회원사 사장들의 투표권 행사방식을 조사한 결과 CEO들의 투표권 행사방식은 '백인 백색'일 정도로 다양했다. 다만, 지지후보를 단독으로 결정하지 않겠다는 점은 공통분모였다.
C사장은 "이번 투표권 행사를 경영위원회에 일임했다"했다. 워낙 막중한 자리이고 선거전도 치열해지다 보니 독단적인 결정을 배제하고 위원회 판단에 맡겨 추후 잡음발생 소지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속내다.
D사장은 선거일에 대리인을 투표에 대참시키고 자신은 해외출장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누구를 차기 협회장으로 선택할 지 임원들과 충분히 상의한 후 결정하겠지만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기는 부담스럽다"며 "임원을 대리인으로 해 투표토록 하고 해외에서 투표결과를 보고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사장은 아직 마음을 굳히지 못했고 최종 후보군이 결정되면 그 때가서 고심해 볼 생각이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김성태 전 KDB대우증권 사장, 박종수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 전상일 동양증권 부회장, 정의동 전 골든브릿지투자증권 회장,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군을 압축한다.
E사장은 "찾아오는 후보들에게는 모두 덕담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최종 후보가 정해지면 그 때가서 진지하게 최적임자를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이 외 소형 자산운용사와 선물사 CEO들도 투표에 나서겠지만 외부에서 볼 때 누구를 지지했는 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CEO들의 이 같은 행보는 협회장 투표권이 '1사 1표'제의 변형형태로 각 사마다 투표권 가중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총 투표권을 100으로 놓고 이 가운데 70을 161개사가 기본적으로 0.43씩 부여받고 나머지 30은 납부회비 규모에 따라 차등화 돼 있다. 이에 따라 회원사별로 최소 0.45에서 최대 2.3까지 투표비중이 다르다. 각 후보들이 개표 후 지지투표율을 계산해보면 어느 CEO가 자신을 찍었는지 어림잡을 수 있는 배경이다.
증권사의 한 CEO는 "과거처럼 어느 후보를 밀어주라는 외부 압력이 사라진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만큼 투표결과에 대해 부담이 더 클 수 밖에 없다"며 "그만큼 회원사 CEO들이 독단적으로 지지후보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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