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북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고모부이자 후견인그룹의 대표격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조카 장용철은 네팔 주재 대사를 하다 3년 만에 근무환경이 좋은 말레이시아 주재 대사로 옮겼다. 통상 북한 대사들이 임기 4년을 마치고 복귀하는 데 반해 이같은 일은 특혜로 읽힌다.
김일성 주석과 친했던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최룡해는 지난 2010년 김정은 부위원장이 공식등장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비서직과 군대장, 당 중앙군사위원으로 임명됐다. 최 전 인민무력부장은 항일빨치산 출신으로 김정일 후계를 주도해 신임을 받은 인물이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김정은 부위원장으로의 3대세습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현직 고위간부들의 자제들도 핵심요직을 꿰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당ㆍ군ㆍ국가기구의 요직과 차세대 실무책임자층에 포진한 데 이어 각종 인사특혜도 누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010년 9월 28일 열린 당 대표자회에서 항일빨치산 등 전 고위층 2세들이 북한 지도부에 대거 진입했다. 이들 연령은 주로 60~70대로 당시 선출된 당 비서ㆍ부장 18명 가운데 김경희ㆍ장성택을 포함해 전직 고위간부의 아들이나 사위가 8명 포함됐다.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오일정은 50대에 노동당 부장으로 승진 기용됐으며 오백룡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아들들인 오금철 군 부총참모장, 오철산 해군사령부 정치위원은 나란히 당 중앙위원회 위원ㆍ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오진우는 김일성 사망 당시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가장 먼저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최현과 함께 70년대 김정일을 후계자로 옹립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전문섭 전 국가검열위원장의 사위 김영일 국제비서, 정일룡 전 부수상의 아들과 사위인 태종수 총무(행정)비서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이명제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의 아들 리용호 등도 지도부에 입성했다. 내각에서는 백남순 전 외무상의 아들 백용천 중앙은행 총재, 리명수 인민보안부장 조카인 리용남 등이 당 중앙위에 진출했다.
당 중앙위 산하 19개 전문부서 부부장들과 내각 부상(차관) 중에도 고위층 자녀들이 상당수였다. 이 자리는 각 분야 실무책임을 맡아 앞으로 지도층 발탁이 유력한 곳이다. 최재하 전 건설상의 아들 최휘는 현재 조직지도부 당 생활지도담당 부부장으로 있으며 김국태 당 중앙검열위원장의 딸 김문경과 리하일 군 차수의 사위 박근광은 당 국제부 부부장으로 있는 걸로 파악됐다. 김문경 부부장의 남편 이흥식도 외무성 국장으로 있다.
이밖에 오재원 전 만경대혁명학원장의 아들 오철용, 김일성의 동생인 김영주 전 부수석의 사위인 리명산, 최재하 전 건설상의 아들 최연은 각각 내각 무역성 부상으로 있다.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의 사위인 리성호는 최근 상업성 부상으로 승진했으며 심창완 전 사회안전부 정치국장의 아들은 심철호 체신성 부상이다.
실무간부 수준임에도 부모의 권세덕에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좋은 외교ㆍ무역분야에서 일하는 특혜로 여럿으로 파악됐다. 당 부장급 이상 고위간부의 자녀 절반 가량이 외교ㆍ무역기관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주 부총리와 김영일 당 비서 자녀 상당수가 현재 해외 공관원으로 파견돼 있으며 리영호 군 총참모장의 아들 이선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의 사위 차동섭, 리용무ㆍ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의 아들들인 리철호ㆍ오세현 등은 무역회사 책임자로 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 위원장의 내연녀로 알려진 김옥의 동생이자 김효 노동당 재정경리부 부부장의 아들 김균은 지난해 45세로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직무를 대리하는 1부총장으로 임명된 것도 눈에 띈다.
대북 소식통은 "전현직 고위간부 자녀들이 우대받는 건 인사가 실적이나 능력이 아닌 김일성이나 김정일과의 특수관계나 혈연에 의한 것임을 보여준다"며 "최근 이같은 대물림이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3대세습 안착을 위해 권력층을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정권과 운명공동체로 묶어 충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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