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3년내 글로벌 제약사 5곳을 배출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현실성이 있을까. 당장 약가인하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제약업체 입장에선 "지나친 장밋빛 전망"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5곳이 아니라 10곳도 가능하다며 업계와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제약산업 비전 및 목표 산출 근거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2015년까지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 가능한 업체 13곳을 후보로 선정했다.
우선 동아제약ㆍ녹십자ㆍ한올바이오파마ㆍ한미약품ㆍLG생명과학 등 5곳은 '전문 제약기업'으로 발전 가능한 후보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SK케미칼ㆍ일양약품ㆍJW중외제약ㆍ대웅제약 등 4곳은 예비후보로 포함됐다.
제네릭(복제약) 분야에 특화된 '글로벌 제네릭 업체'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4개 업체가 선정됐다(표 참조). 보수적으로 잡아도 총 13개 후보기업 중 5곳 정도는 '대박'을 내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복지부는 이들 5개 기업이 3년후 각 30억 달러(3조 5000억원) 씩 수출실적을 거둘 것으로 계산, 총 수출액이 150억 달러(17조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12억 달러(1조 3000억원)에 불과한 2010년 수출규모보다 12배 많은 수치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총 326개 신약이 개발되고 있다"며 "2015년 5개, 2020년까지 12개 글로벌 제약사가 나올 것이란 목표도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다소 '무리'라는 반응이다. 김연판 한국제약협회 부회장은 "4월부터 보험약값이 크게 내려가 업체들의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신약개발에 투자를 많이 하는 상위 업체들의 타격이 심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의 장기적인 신약개발 지원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당장 자금이 떨어질 경우 연구개발 중단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신약개발의 특성상 투자자금을 확보해 놓고 적기에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의 지원책이 이런 '시급함'을 제대로 반영해줄 것인지 현재로선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통상적인 신약개발 성공률을 놓고 봐도 정부의 전망은 지나친 '낙관'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서는 신약개발 성공률을 0.02% 정도로 파악하고 있으며,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시점을 기준으로 해도 10% 수준에 불과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가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신약후보는 총 20개다. 단순 계산으로 글로벌 신약 1∼2개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정부가 밝힌 '최소 10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정윤택 보건산업진흥원 팀장은 "신약 성공률이 낮은 것도 사실이지만, 미국FDA 허가 직전까지 도달한 약이 분명히 있고 정부가 마케팅 측면에 지원을 강화할 것인 만큼 목표치 달성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