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프로야구의 질주는 올해도 계속된다. 목표는 지난해보다 상향조정됐다. 사상 첫 700만 관중 시대를 노린다. 그 달성에는 필수조건이 따른다. 체계적인 준비를 통한 수준 높은 경기 내용이다. 지난해 통합우승에 이어 아시아시리즈까지 제패한 삼성은 이를 이끄는 선두 주자다. 나머지 7개 구단으로부터 상당한 견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내년 우승구단을 예상하는 질문에 주저 없이 삼성을 손꼽는다. 지난해 투수력은 리그 최고였다. 특히 팀 평균자책점은 3.35로 2위 SK(3.59)보다 0.24가 더 낮았다. 올해 전력에서 특별한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탈은커녕 노쇠화를 우려할만한 선수도 눈에 띄지 않는다. 더구나 투수진의 어깨는 대부분 싱싱하다. 지난해 무리한 선수가 없어 충분히 위력을 재현해낼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을 비롯한 불펜진은 일찍부터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류중일 감독의 특별한 관리나 지시가 없어도 스스로 준비하는 습관이 몸에 베였다. 이들은 지난해 평균자책점 2.44를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그 덕에 5회까지 리드한 65경기에서 승률 89.1%(57승1무7패)를 자랑했다. 반대로 역전패는 20번으로 가장 적었다.
하지만 올해 조명은 타선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타율 6위(.259)에 그쳤던 빈약한 타선에 ‘국민타자’ 이승엽이 가세한 까닭이다. 이는 충분히 최형우 등 중심타자들의 동반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 더구나 삼성 야수들은 주전과 백업 사이의 격차가 크지 않다. 주전 한 두 명이 부상을 당해도 구멍이 보이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조동찬과 같은 선수가 주전 경쟁에서 밀릴 만큼 탄탄한 전력을 과시한다.
결국 2012시즌의 삼성은 투타에서 모두 독주 체제를 보일 수 있다.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령탑이 철저한 준비로 무장됐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 시즌 신인감독답지 않은 배짱과 여유를 선보였다. ‘나믿가믿’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만큼 조급함을 노출하지 않았다. 이는 외국인 투수의 기용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선두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지만 류 감독은 시즌 도중 영입한 덕 매티스, 저스틴 저마노 등을 바로 마운드에 올리지 않았다. 2군에서 공을 던지며 스스로 한국야구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했다.
이는 올 시즌 이승엽에 대한 무한신뢰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초반 타격이 흔들리더라도 믿고 맡길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류 감독은 원조 ‘삼성맨’이다. 24년 동안 삼성 유니폼을 입고 선수, 코치, 감독의 계단을 차례로 밟았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지난해 이상의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류 감독에게 2012시즌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도전이 아닌 방어의 입장인 까닭이다. 하지만 물 흐르듯 무난한 선수관리와 철저한 시즌 준비로 순항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은 결코 운이 아니었다.
마해영 IPSN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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