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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후진양성위해 다시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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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1호선 '애틀랜틱' 건조 세대 은퇴 임박
초기멤버 74년 입사 35명 1~2년내 퇴임
30년 노하우 노트 등 기술전수 팔 걷어


"조선업 후진양성위해 다시 뜁니다" 현대중공업 퇴직자 모임인 현대중우회 회원들이 자신들이 일했던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를 방문해 조선소를 관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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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올초 정년 퇴임식을 앞둔 현대중공업 최태목 부장(조선 설계운영부)은 30년이 넘는 직장생활 통안 정리한 메모책과 다이어리, 수첩만 60여권을 후배들을 위한 자료로 물려줄 것을 고민중이다.


익힌 기술을 잊지 않기 위해 한줄 한줄 손으로 직접 쓴 이들 메모는 그 자체가 회사의 역사로, 후배들도 궁금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에게 물어봤을 정도로 소중한 자산이다. 말 보다는 땀과 노력이 가득한 메모장을 보여주는 게 더 의미있다고 생각했다.

정유공장 압력탱크와 나로호 발사대,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자켓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에 모두 참여한 박병욱 기장(플랜트 설비 생산부, 2011년 퇴임)은 20여년전 기억을 떠 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한다.


구 소련에 납품할 압력용기를 제작하는 과정중 트랜스포터 위의 대형 철제빔이 미끄러져 회전하면서 그 위에 있던 박 기장과 동료 2명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동료가 깜짝 놀라 크게 소리친 덕분에 먼저 뛰어 내려 간신히 화를 면했지만, 이후 박 기장은 후배들에게 항상 작업할 때는 주위에 위험요소가 없는지 철저히 살피고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라고 말한다.


40년전, 200만평에 달하는 울산 미포만 앞 허허 벌판에는 전국에서 '배를 짓겠다'며 수천여명의 '일꾼'들이 모여 들었다.


배고프던 시절, 가진 것은 사지 멀쩡한 몸뚱아리 뿐이었던 이들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연장을 들고 쇠를 자르고, 용접을 하고, 도장 일을 배웠다. 배운 일을 연습할 틈도 없이 사업장에 투입됐고, 문제가 발생해도 가르쳐줄 사람도 없어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이들은 1974년 6월 28일, 울산 조선소 1도크에서 처음으로 건조된 유조선 '애틀랜틱 배런호' 명명식을 앞두고 수심이 얕아 도크를 빠져 나오지 못하는 선박을 왕 회장(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함께 선박에 묶은 밧줄을 잡고 끌어냈다. 바로 그들, 현대중공업 설립 초기에 입사해 1호선 건조에 참여했던 초기 멤버들이 영광을 뒤로하고 현역에서 물러난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애틀랜틱 배런호 건조작업에 참여한 뒤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중 현장에 남은 사람은 35명에 불과하다. 1972, 1973년 입사자들은 이미 퇴사했고, 1974년 입사한 인력들 뿐이다. 지금은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는 오병욱 현대삼호현대중공업 사장이 입사동기다. 한국 조선산업의 신화를 직접 만든 주인공들은 은퇴후 재계약을 통해 연장 근무를 하는 직원들을 포함하면 100여명 정도가 현장에 남아있으나 향후 1~2년내에 모두 현역에서 은퇴할 전망이다.


근무 연수만 40년에 달하는 이들 초창기 인력들은 맨땅에 헤딩하기식으로 배를 만드는 모든 기술을 직접 몸으로 때우며 익히고, 이를 후배들에게 전수했다. 통신 시스템이 없어 아침마다 조선소 곳곳에 공급할 블록운송회의를 열어야 했고, 도면을 복사하기 위해 등사판에서 밤을 새는 일도 허다했다.


반목벤드 교체작업이 늦다며 현장을 순시하던 정 명예회장 앞에 부동자세로 구두 발길에 정강이를 차인 날은 울분의 막걸리를 들이켰다가도, 다음날 현장에서 만난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손바닥에 사인을 받아 총무부 직원에게 보여주면 더 많은 시급을 받고 기쁨의 저녁을 한 턱 내기도 했다.


증설되는 조선소내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휴일에 라면만 다섯끼를 먹으며 철야 작업을 해야했고, 사정이 생겨 고향에 긴급 전화를 해야 할 때는 교환원의 눈에 잘 들어야 했다.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더욱 더 창조적인 마인드를 발휘해야 했다.


창사 초기 일감이 없어 2만3000t짜리 '멸치만한' 다목적 화물선을 거대한 도크에서 건조하자니 남는 공간이 너무 아까웠던 이들은 한 도크에서 한척만 짓는다는 원칙을 세계 최초로 깨고 여러척을 짓는 공법을 시도했다. 이 아이디어는 훗날 도크 건설 비용을 줄이고 선박을 적기 인도하기 위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육상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들 덕분에 현대중공업은 올해 2월 전 세계 단일 조선소로는 최초로 누적 건조척수 1700척을 돌파했고, 4월에는 역시 세계 최대인 누적 건조톤수 1억G/T(총톤수)을 넘어섰다. 1억G/T는 지난해 전 세계 조선소가 건조한 9330만G/T보다 많다.


내년이면 회사를 떠나는 1974년 입사자 김정홍 기정(조선품질경영부)은 "오랫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많은 변화를 봤다. 특히나 1호선을 진수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700척을 인도하다니 세월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나하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우리 후배들이 더 좋은 회사를 만들어 주길 바라며, 저도 끝까지 후진양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퇴직자들은 회사와 재계약을 하거나 별도 회사를 설립해 기술 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며, 퇴직직원들의 모임인 중우회와 현정회에도 가입해 회사 및 후배들과의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정년 퇴직자 수는 지난 2007년 637명, 2008년 659명, 2009년 675명으로 정년퇴직자가 매년 늘어나다 2010년 가장 많은 950명이 퇴임했으며, 지난해에는 800명, 올해부터 2104년까지 매년 1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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