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법원이 1980년대 신군부의 노조 정화지침으로 불법구금·부당해고 등 피해를 입은 노조 활동가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김문성 판사는 28일 김모씨가 “노조정화지침으로 불법구금·부당해고·삼청교육대 강제입소에 의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계엄사령부 등이 내린 노조 정화지침으로 인해 불법구금·부당해고·삼청교육대 입소 등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피해를 입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국가가 노조 활동가들에 대한 재취업 제한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한 사실 또한 김씨가 직접 명단에서 발견되진 않았으나 비슷한 지위에 있던 삼청교육대 퇴소자들에 대한 별도관리 자료가 존재하는 등 재취업이 제한돼 고통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한 것에 대해 “원고가 쉽사리 소송을 낼 수 없었던 제반 사정, 이른바 블랙리스트의 작성 경위와 주체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는 점,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해 6월 30일 피해사실을 인정하기 전까지 법정 대응에 나서기 힘든 객관적 장애가 존재한 사정을 고려해 국가가 소멸시효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국가가 주장한 개별행위별로 시효가 완성됐다는 주장 또한 일련의 행위가 모두 노조 정화지침에 따른 하나의 행위라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1975년 무궁화메리야스에 입사해 근무하던 중 부당임금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거부당하자 이듬해 전국섬유노조 무궁화메리야스분회를 결성했다. 이후 노조활동을 계속하던 중 1980년 12월 신군부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에 강제구금됐다 삼청교육대로 보내져 순화교육을 받은 후 다음해 회사로부터 해고당했다.
이에 김씨는 과거사위가 피해사실을 인정한 지난해 “국가는 위자료로 3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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