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대책이 어제 또 나왔다. 신용카드 발급은 까다롭게 하고, 직불카드 사용을 권장하기로 했다. 신용카드는 소득이 있는 만 20세 이상으로 신용등급이 6등급 이상이어야 발급받을 수 있다. 결제 즉시 통장에서 돈이 빠져 나가는 체크ㆍ직불 카드의 연말정산 소득공제율이 높아진다. 카드사가 빌려주는 돈으로 하는 외상구매 대신 은행계좌에 있는 돈으로 현찰구매를 하라는 의미다.
사실 아시아 1위라는 국내 카드시장은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 등 정부정책에 크게 힘입었다. 카드 가맹점 가입과 카드 수납을 법으로 정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덕분에 학원ㆍ병원에서도 카드를 받는 등 지하경제 양성화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나친 카드 사용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났다. 돈이 되는 카드업에 은행은 물론 재벌그룹까지 뛰어들어 길거리에서 묻지마 회원 모집에 나서는 등 마케팅 경쟁이 과열됐다. 너도 나도 카드를 발급받아(경제활동인구 1인당 4.9장) 수입 이상으로 긁은(과소비) 결과 신용불량자가 양산됐다. 이 카드, 저 카드로 돌려막거나 비싼 이자로 카드론을 쓰면서 가계부채를 늘렸다.
한국은 지금 신용카드 사용 비대증을 앓고 있다. 2009년 기준 카드사용액 중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91%다. 직불카드 비중이 더 높은 독일(93%)이나 영국(74%)과 대조적이다. 금융당국은 5년 안에 직불카드 비중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카드사로선 외상매출이 생기지 않고 가맹점 수수료율도 신용카드보다 낮은 직불카드가 달갑지 않을 게다.
그렇다고 직불카드 사용을 강제할 수는 없다.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받아들이도록 유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직불카드의 소득공제율을 현행 25%에서 30%로 높여 신용카드(20%)와 차이를 벌리기로 했다. 직불카드 소득공제율을 더 높이거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낮추는 한편 연간 공제한도(300만원)를 올릴 필요가 있다. 직불카드도 신용카드처럼 24시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서둘러야 한다. 직불결제와 신용결제 기능을 혼합한 다양한 카드 발급도 필요하다. 개인신용등급을 정할 때 직불카드 사용실적에 가점을 더 주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금융당국은 직불카드 사용이 훨씬 이익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