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산업 역군들 진폐환자, 홀로어르신 등 생활 어려워…공공임대주택 76가구 지어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충남 보령시 성주면 탄광촌 마을은 1970~80년대 충남과 보령경제의 전성기를 일궈냈던 곳이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75개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가족과 상인 등 8000여명이 살았으나 폐광된 뒤 지금은 2800여명만 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진폐환자이거나 경제활동이 어려운 홀로된 어르신들이다.
성주8리 탄광사택에 사는 이래용(78)씨는 “고향을 떠나온 지 40년이 다 됐다. 돌아가고 싶어도 먹고 살게 있어야지. 몸도 불편하니까 돌아다니지도 못해”라며 한 숨을 쉬었다.
이 씨는 부인을 잃은 뒤부터 병원을 다니는 것 외에 도와주는 이가 없어 밖을 다닐 수도 없다.
이씨가 사는 집도 지은 지 몇 십년이 지나면서 낡고 쓰러질 지경이다. 얼기설기 엮은 슬레이트 지붕과 담장은 곧 무너질 듯 위험하다. 손만 대도 들썩이는 천장은 무너져 내리고 있고 뚫린 지붕으로 찬 바람이 방안까지 들어온다.
도유림을 불법개간해 지은 사택이어서 다시 짓거나 개·보수가 쉽잖다.
이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은 이 마을에서만 200여명 가까이 된다. 우리나라 산업 역군들로 불려왔지만 지금은 도와주는 이 없이 홀로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을 버텨내야 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주민들이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몇년 전부터 보령시에 요청했고 이들을 돕기 위해 시와 정부가 나섰다. 2013년 4월에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가 폐광촌에 들어선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1월 보령시에 임대아파트를 짓는 안을 건의했고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국토해양부가 ‘성주 공공임대주택’ 76가구 건설사업을 승인했다. 26일 이곳서 기공식도 열렸다.
기공식엔 이지송 사장이 나와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이 사장은 “성주탄광처럼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LH를 필요로 하는 곳은 먼저 찾아가 좋은 집을 짓겠다”며 “싸면서도 최고아파트를 만들어 국민들 마음에 꼭 드는 ‘살고 싶은 집’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내년 8월에 입주자를 모집하고 9월부터 계약을 맺으며 입주대상자를 뽑는다. 이씨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많아 76가구론 이들을 모두 안을 수 없다.
이씨는 “생활이 어려운 우리들에게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봤잖아요”라며 웃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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