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이웃과 주변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특히 수은주가 영하 10도 아래로 급강하, 전국 대부분이 한파특보에 휩싸인 어제와 오늘은 더욱 그렇다.
“연탄 들여놓으셨나요? 김장은요!”라는 말을 하면, '오랜만에 무슨 인사법이 이래'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래되지 않은 한 시절 이때쯤이면 가장 많이 듣는 인사말이었고, 듣기만 해도 살갑게 느껴졌었다.
주거환경은 시간이 갈수록 급변하고 있다. 이젠 아파트에 김치냉장고 하나쯤 갖춘 주거환경이 일반화됐으며 홈오토메이션도 널리 보급돼 정보기술(IT)강국의 면모를 드러낸다.
반면 요즘에도 연탄을 들여놓아야 한겨울을 날 수 있는 이웃은 주위를 둘러보면 의외로 많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시대에 동떨어진 안부인사라 할지라도 따뜻하고 훈훈하게 전해지는 어감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아무리 팍팍한 세상인심일지언정 이웃의 삶을 걱정하고 서로를 아껴주려는 배려의 마음까지 담겨 있지 않은가. 동절기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이웃의 정이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로 곳곳에서 되살아나고 있어 이런 인사말이 새삼스럽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서민이 주로 쓰는 석유와 연탄 수급상황을 관리하는 한국광해관리공단 경영책임자로서 첫 월동기를 맞는 감회는 남다르다.
석유, 가스 등과 같은 화석연료로 난방 비중이 옮겨진 상황에서도 아직까지 서민연료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온 석유와 연탄은 국가의 에너지정책과 큰 틀에서 맥을 함께해 왔다. 사양산업이긴 하지만 석탄은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에겐 근대화, 산업화를 관통하며 오늘날 경제부국의 복음을 안겨준 주요 자원 중 하나이다.
서민연료로서 연탄을 의미하는 민수용탄 소비는 지난해 185만9000t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기름값이 오르고, 경제난이 계속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연탄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유가 동향에 숨을 죽이고 관찰해야 할 우리로선 에너지 안보적 관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민수용탄 소비는 25년 전인 1986년 2425만t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10년 뒤인 1999년에는 111만7000t으로 최저치를 나타냈다.
물론 세계적인 3저 현상의 덕택이다. 이후 고유가행진이 거듭되기 시작한 2005년을 기점으로 다시 매년 200만t대에 접어들게 됐다. 국제원유 생산량 및 유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 산업외적인 부분에서 전열난방기구가 활발하게 보급되면서 전력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일부 발전소 문제와 전력 과소비 등으로 인한 블랙아웃 위험 가능성 논란과 이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압박 요인의 하나로도 작용하고 있다. 서민연료수급에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게 됐다.
한국광해관리공단에서는 전국 16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망을 통해 저소득층 8만3242가구에 대해 가구당 17만원의 연탄쿠폰사업을 5년째 매년 전개해오고 있다.
이 같은 저소득층 연탄보조 사업을 통해 서민연료인 연탄의 수급안정화와 저소득층 에너지 복지기본권 향상에 기여해오고 있지만 매번 홍보부족을 절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소득층 지원 사업 특성을 고려할 때 한 장의 연탄이라도 더 지원할 수 있도록 그 흔한 광고방송조차 한번 할 수 없는 형편이냐는 핀잔도 감수해야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듯함이 그리운 계절, 나눔 문화의 확산이 절실한 요즘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연탄 들여놓으셨나요? 김장은요!”라고, 한번쯤 안부인사라도 나눴으면 어떨까.
권혁인 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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