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북한 당국이 발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인(死因)은 급성 심근경색과 심장쇼크 합병증이다. 17일 오전 8시 30분 열차 안에서 급성 심근경색과 심장쇼크가 발생해 사망했고, 18일 병리해부검사(부검)를 통해 확정한 사인이다.
국내 전문의들은 김 위원장이 70세의 고령에 고혈압, 당뇨, 비만, 흡연, 가족력 등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데다 과로와 추운 날씨가 겹쳐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려진 후 꾸준히 건강악화설이 제기돼 왔다. 뇌졸중 직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고, 오래 전부터 고혈압, 동맥경화 등 각종 성인병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 주석 역시 동맥경화증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아오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권현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의 위험 인자로 보통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가족력, 경쟁적 성격 등을 꼽는데 김 위원장은 대부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돌연사 직접 원인의 80% 이상은 급성 심근경색증이다.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심근경색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을 혈전이 갑자기 막으면 심장근육으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발생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심혈관 질환의 사망률이 20%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혈관을 수축시켜 심장에 부담을 주고, 혈액 흐름이 늦어지면 혈전이 많이 형성돼 급사를 높이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사망한 지난 17일 평양의 아침 기온은 영하 12도를 밑돌면서 올 들어 가장 추웠다.
김 위원장의 사망 시각이 심장이 큰 부담을 느끼는 이른 아침인 점을 미뤄볼 때,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심근경색이 가장 많이 발병하는 시간대는 오전 4시부터 12시 사이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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