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김영식 기자] 37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김정일 북한 국장위원장. 김 위원장 사후(死後) 북한 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김정일 한 사람이 대부분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일 사망은 북한 경제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사회주의권이 붕괴하고 1994년 김일성 주석까지 사망하면서 북한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1991년 북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4.4%로 추락한 데 이어, 1992년에는 마이너스 7.1%를 기록하는 등 1998년까지 8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북한의 현 경제 상황 또한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국내 민간 연구소가 지난 8월 발표한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1인당 GDP는 661달러다. 이는 남한 1인당 GDP(2만591달러)의 5% 정도로, 남한의 70년대 중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이는 같은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1174달러)보다 낮고, 방글라데시(638달러)나 아프리카 저개발국가들과 비슷하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199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요청에 따라 실시한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400억 달러로 당시 남한 GDP의 5% 이하, 미국 뉴욕주 올버니(Albany)시의 GDP와 같은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의 무역규모 또한 2009년 34억1000만 달러로, 남한의 70년 중반 무역 규모다. 아울러 발전량, 1인당 에너지 소비량, 산업구조에서도 모두 남한의 70년대 중반 수준으로 평가됐다. 북한 주민들은 지금도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0월 발표한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이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주민 3명 중 1명꼴인 840만명이 영양부족 상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은 신의주ㆍ나진선봉 등 경제특구 도입 등을 통한 개방정책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09년 11월에는 기존 화폐와 새 화폐를 100대 1의 비율로 교환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했지만 실패로 끝이 났고, 되려 쌀값이 폭등세를 보여 주민 생활은 더욱 피폐해졌다.
이런 상황에 권력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김정은이 전면에 나설 경우 북한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심 동요를 막고 군권을 틀어쥐기 위해 여러 강경책을 한꺼번에 쏟아 낼 경우 북한경제는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체제유지에 실패해 붕괴할 경우 한국이 짊어져야 할 통일비용은 30년간 5조달러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상만 중앙대 교수는 "군부 통제력이 약한 어린 후계자 김정은이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해 국방비에 제한된 재원을 더욱 쏟아 부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북한 경제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대중(對中)교역 비중이 80%를 넘는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기회를 틈타 중국이 북한 자원개발 등 각종 경제 프로젝트를 독식하고 산업입지 선정과 구조조정을 중국의 발전전략 틀 속에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경제의 중국 의존도 심화는, 당장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남ㆍ북한 경제 상호 보완성에는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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