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외교안보라인 '깜깜이' 논란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양낙규 기자] 청와대와 정부 외교안보라인이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을 북한 언론매체의 발표 전까지 전혀 파악하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북한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이 "오늘 낮 12시에 특별방송을 할 예정"이라는 예고에를 속속 내보냈지만, 김 위원장 사망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북한이 내부 보안을 철저히 해 이틀이 넘도록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러시아도 김 위원장 사망을 눈치 채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특별방송의 내용이 북한 핵문제나 내년 강성대국 등과 관련된 내용일 수 있다고 판단해 크게 비중있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에도 정오에 특별방송을 했기 때문에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 사망설이 확산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40분께 생일과 결혼기념일, 대선 승리에 맞춰 본관 현관에서 직원들과 깜짝 파티를 열었고,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TV에서 생방송된 이후 보고받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일부 직원들은 특별방송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외부에서 점심식사를 하다가 뒤늦게 청와대로 복귀했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사망한 지난 17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기도 했다.

외교ㆍ안보 부처들도 마찬가지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최근 현장 지도를 했고 북한내 특이 동향도 없었다"면서 "김 위원장의 사망 여부는 인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TV의 특별방송에 아나운서가 검은 옷을 입고 나오자 얼굴이 사색이 돼 곧바로 장관실로 직행했다. 외교부 관계자들도 김 위원장의 사망이 발표되자 점심 식사를 중단하고 부랴부랴 사무실로 복귀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김정일 사망소식 발표가 나올 당시 국회에 가 있었고 군 작전을 지휘해야할 정승조 합참의장은 최전방에 가 있었다. 김 장관이 국회에 가 있었던 이유는 국방개혁법안 처리협조를 위해 여야 원내대표 면담을 하고 있었다. 이후 낮 12시20분쯤 국방부 상황실로 돌아왔다.

전군 지휘를 책임지는 정 의장은 이날 오전 P-3C초계기를 타고 강릉 공군기지를 거쳐 헬기와 차량을 갈아타며 강원 고성군에 있는 최전방 감시초소를 찾았다. 북한과 불과 580m 떨어져 육안으로도 북한군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정 의장은 합참 상황실의 보고를 받고 낮 12시17분쯤 "적을 제대로 감시하고 육해공군의 비상경계태세를 철저히 갖추라"는 이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당시 정 의장은 돌아갈 헬기를 불러놓고 병사들과 배식을 받아 점심을 먹으려던 찰나였다.

북한 정보를 담당하는 국가정보원에 대한 비판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국정원측은 북한 방송이 특별방송을 예고한 이후에도 '김정일 사망과 관련된 내용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권영세(한나라당) 국회 정보위원장은 "김정일 사망이란 북한 최대의 사건을 파악하지 못한 국정원은 존재 이유를 설명하라는 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