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협력… 실제론 '박근혜당'이 '이명박정부' 드라이브 할 듯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오는 19일 출범한다. 박근혜로 브랜드를 바꿔다는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통령과 어떤 관계설정을 할 것인가가 주목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는 2007년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상호 비방 등으로 인해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이후 2008년 총선에서 친이명박계 주도로 친박근혜계 공천 학살이 이루어지자 두 사람은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 때문에 지난 4년간 친박계는 줄곧 '여당 속 야당'이었다.
'반(反)MB 정서'가 극에 달한 정권 말기에 다시 당을 접수한 박 전 대표로선 이 대통령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할 지 고민일 수밖에 없다. 내년 4월11일 치러질 총선 승패가 여기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친이계와 선을 긋고 정책기조를 성장에서 복지로 180도 틀면 '이 대통령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당내 갈등만 일으키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박 전 대표가 15일 의원총회에 참석해 "우리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를 향해서 하나가 열심히 함께 노력해나가자. 이 말 속에 친이ㆍ친박 문제까지 다 녹아있다"며 계파 해체를 선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총선 전까지 박 전 대표가 추진하는 복지ㆍ친서민 정책을 신속하게 실행하려면 청와대와 정부의 협조도 필요하다.
친박계는 겉으론 당청 협력 관계 모양새를 띠며, 실질적으론 '박근혜당'이 '이명박 정부'를 드라이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친박계 중진인 허태열 의원은 16일 기자와 통화에서 "긴장관계 속에 당에서 요구한 것들을 청와대가 받아주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대통령 역시 한나라당이 재집권해야 현 정부에서 추진해온 정책도 완수할 수 있기 때문에 '박근혜당'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허 의원은 "쇄신파처럼 공격적으로 친박계가 MB탈당을 입에 올려선 안된다"면서도 "박근혜 비대위가 자리 잡으면 이 대통령 스스로 지혜로운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며 박 전 대표가 끝까지 이 대통령과 함께 갈 수 없음을 시사했다. 이한구 의원은 "청와대는 신경 쓸 것 없다. 더 이상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의 대항마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추진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올초부터 친이계 상당수가 쇄신파나 친박계로 '변신', 더이상 친이계는 당에서 설 자리가 없다. 다만 조해진 의원 등이 "박 전 대표 혼자, 또는 일부 세력만이 지도부가 돼 상황을 극복하기는 어렵다"며 박근혜 체제 내에서도 정몽준, 이재오 등 친이계 리더들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와중에서 친박계는 '2선후퇴'를 선언했다. 최경환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에 취임하면 소위 친박이라는 사람들은 다 물러나고 당직 근처에 얼쩡거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친박, 친이, 쇄신파로 나뉘어서 우리끼리 안에서 총질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통합하고 화합할 때지 대권을 향해 무슨 파가 어떻게 이런건 지금은 안 맞다"고 강조했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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