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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톱 美 헬기업체, 왜 항우연에 부스 내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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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 모형이지만, 전세계 통틀어 오직 하나

-유일무이 수직이착륙 틸트로터형 무인기
-중도포기한 美 경쟁사도 찾아와 질문공세


글로벌 톱 美 헬기업체, 왜 항우연에 부스 내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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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지난 8월 16일부터 19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의 워싱턴컨벤션센터에서는 '북미무인기기전시회 2011(AUVSI 2011)'이 열렸다. AUVSI는 지상과 항공 무인기를 전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무인기 전시회다. 올해도 325개 업체가 전시 부스를 차렸고 세미나와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연구진까지 4000여명의 인파가 모였다.


그러나 올해의 행사는 좀 더 의미가 깊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스마트무인기사업단에서 개발중인 틸트로터형 스마트 무인기가 미국 최대 헬기업체인 시콜스키사(社)의 부스에 전시된 것이다. AUVSI 2011이 개최된 워싱턴 컨벤션센터를 직접 다녀왔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 워싱턴컨벤션센터 지하 전시장. 노스롭 그루먼, 보잉, AAI 등 잘 알려진 군수용 무인기 업체들과 시콜스키, 벨 등 주요 헬리콥터 업체들의 전시관이 보인다. 항우연의 스마트 무인기는 시콜스키 전시관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실물크기로는 동체 5m, 무게 1톤에 달하는 스마트무인기를 30%로 축소한 모델이다.


이 날 항우연이 선보인 스마트무인기는 다른 전시관의 무인기와 궤를 달리했다. "틸트로터형 무인기를 전시하는 건 우리가 유일합니다." 항우연의 전시 참가단을 이끈 김승주 박사의 설명이다.


핵심은 틸트로터 기술이다. 날개의 양 끝에는 '로터'라고 불리는 프로펠러가 달려 있다. 이착륙을 할 로터를 수직으로 세워 헬리콥터처럼 움직이고, 이륙 후 전진비행을 할 땐 로터를 천천히 눕혀 보통 비행기처럼 비행한다. 활주로가 필요 없는 헬기의 장점과 일반 비행기의 빠른 속도를 결합, 수직 이착륙과 고속비행이 가능한 신개념 항공기라고 보면 된다.


"현재 틸트로터 항공기 개발 기술을 갖고 있는 건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두번째예요.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미국 벨 헬리콥터가 유일하죠." 김 박사의 설명과 함께 전시관을 둘러봤다.


글로벌 톱 美 헬기업체, 왜 항우연에 부스 내줬을까 이번 시콜스키사의 전시관에는 성우엔지니어링의 무인헬기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조지아공대에서 시콜스키사의 지원을 받아 연구중인 자동비행제어시스템 과제에서 시험용 기기로 사용되고 있는 것.


틸트로터형 항공기 개발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40년대다. 군사적 운용에 있어 틸트로터형 항공기는 '꿈의 비행기'나 다름없었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만큼 활주로가 필요없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1950년 미 공군과 육군이 틸트로터 개발을 개시하면서 벨 헬리콥터가 최초의 틸트로터형 항공기 'XV-3'을 탄생시킨다. XV-3이 로터를 완전히 눕혀 보통 비행기처럼 나는 '천이비행'에 성공한 것은 1958년의 일이었다. "2007년부터는 벨 헬리콥터의 'V-22 오스프리(osprey)'가 미 해병대에 배치돼 있다"는 것이 김 박사의 얘기다.


그러나 무인기로 넘어오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현재 유일하게 실전 배치돼있는 'V-22 오스프리'는 최대 32명이 탑승하는 유인기다. 틸트로터형 무인기는 지금 항우연의 스마트무인기뿐이다. "벨 헬리콥터가 틸트로터형 무인기 '이글아이(Eagle eye)' 프로젝트를 중단하면서 틸트로터형 무인기 영역에서 우리가 세계 선두에 서게 돼 버린 겁니다."


벨 사는 미 해군의 지원을 받아 1986년부터 틸트로터형 무인기 이글아이를 개발해왔다. 그러나 예산이 축소된 데다가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이글아이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돈이 되는 대형 군수사업에 집중하기로 결론내린다. 2002년부터 '국가적 장기 프로젝트'로서의 스마트무인기 개발에 뛰어든 항우연 역시 벨 사와 파트너쉽을 지속해왔으나 2005년 관계가 끊기고 만다. 그러나 항우연은 연구를 계속해왔다. 2008년 40% 축소 모델의 시험비행 성공은 전세계적으로도 일대 사건이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항우연의 스마트무인기 전시는 AUVSI 2011의 중요한 사안으로 부상하는 분위기였다. 김 박사와 대화를 나누는 내내 전시회 참가자들의 질문공세가 계속됐다. "벨 사 사람들도 슬쩍 와서 보고 가더라고요." 김 박사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 날 벨 사는 개발 중단에도 불구하고 최고경영진부터 실무진까지 항우연의 전시를 3차례 방문했다. 세계 헬리콥터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시콜스키사가 굳이 항우연의 스마트무인기를 전시에 초대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향후 스마트무인기의 전망도 밝다. 김 박사는 "무인기 시장에서 틸트로터가 주목받기 시작할 것"이라며 "산악지형이라 활주로 확보가 어려운 국내 환경에 특히 걸맞은 것이 스마트무인기"라고 말했다.


산불이나 화산감시에 사용할 수 있고,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원전 관리에도 무인기의 활용 가능성이 크다. 멀리 보자면 틸트로터 기술을 활용한 유인기로 활주로 없이 집에서 즉시 움직일 수 있는 자가용 항공기(PAV, Personal Air Vehicle)로 응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해외시장 진출도 물론 염두에 두고 있다. 2010년 90억달러 규모를 기록했던 세계 무인기 시장은 2020년 19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시콜스키사와의 공동 전시가 그 첫 발자국이 될 가능성도 있다. 김 박사는 "시콜스키사가 틸트로터형 무인기 기술 확보에 관심이 많다"며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미소지었다.


아직까지 유형의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날 AUVSI 2011 주최측이 발행한 뉴스레터의 메인 기사는 "항우연의 스마트무인기 전시는 시콜스키사의 새로운 전략적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항우연 쪽에 무게를 실어줬다.


"스마트무인기 개발을 완전히 성공시킨다면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실력을 인정할 겁니다." 김 박사가 힘주어 강조했던 개발 완료가 이제는 코앞이다. 2012년 3월 마무리를 목표로 행보를 이어왔던 스마트무인기 개발은 이제 최종 단계를 마무리하고 있다.


"스마트무인기 개발을 한다고 했을 때 불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훨씬 많았죠. 미국에서 수십년간 쌓아 온 기술을 불과 10년 안에 얻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얘깁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상식적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정말 단기간에 진짜로 해냈습니다." '상식'을 깨 버린 스마트무인기 개발 성과는 오는 1일 정식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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