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이래 40여년 흑자 행진
임직원 독려한 기업문화 조성
2009년 불황기때도 유일 흑자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일방적이고 지속적인 위기 강조는 직원들로 하여금 위기의식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직원들의 동참을 바탕으로 하는 위기관리가 추진돼야 한다."
지난 21ㆍ22일 열린 포스코 패밀리 사장단 회의 및 임원회의에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당부한 '위기관리론'이다.
시간이 갈수록 산업 경기가 거시 경제변동과의 연동성이 강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기업의 실적 호조와 급락의 진폭이 1개월 이내에 불과할만큼 짧아지면서 위기경영은 모든 기업에게 상시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긴급한 상황은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져, 어제가 좋거나 나빴다고 오늘ㆍ내일은 나쁘거나 좋다고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그만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기업 구성원들이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 강도가 과거에 비해 훨씬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놓고 봤을 때 정 회장의 발언은 '위기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즐기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포스코는 그 어떤 글로벌 기업보다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지난 1968년 설립 이후 40여년이 흐르는 동안 단 한차례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포스코의 연도별 경영성과를 살펴보면, 설비가 본격 가동된 1973년 매출액 416억원, 영업이익 83억원의 실적을 거둔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4기 2차가 완공된 1983년에는 각각 1조 7500억원, 2720억원을, 광양 4기가 정상가동된 1993년에는 6조 9209억원, 1조 105억원을 기록했으며, 2007년에는 22조 2000억원, 4조3083억원으로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자산도 1968년 16억원 규모에서 2007년 30조 4928억원으로 1만9000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 2008년 하반기 전 세계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여파로 대대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의 수렁에 빠졌다. 불과 하루 만에 소비심리는 바닥으로 내려앉았고 자동차ㆍ가전 등 수요산업이 판매 부진 및 재고 증가로 어려움을 겪으며 철강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를 전후로 10년간 상승세를 기록하던 철강 경기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듬해인 2009년 포스코 수장에 오른 정 회장 앞에 놓은 첫 과제는 감산이었다. 창사 이래 포스코가 쇳물 생산을 인위적으로 줄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조강생산 및 판매량도 모두 감소했다. 2008년 대비 원료구매단가 상승 및 환율 영향으로 원료비가 증가한데다 감산에 따른 고정비 증가로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자부심에 큰 상처를 받은 포스코 임직원들은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 회장은 임직원들을 독려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당시 정 회장은 "지금의 불황은 이제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새롭고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환경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포스코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전통이 있기 때문에 도전과 창조정신으로 재무장하면 불황의 터널을 가장 먼저 탈출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고통의 기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40% 이상 감산을 단행했던 유럽, 일본 등 세계 유수 철강사들이 2009년 상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불황기에도 포스코는 글로벌 철강업체중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했다. 수십년간 지속적인 혁신과 기술개발을 통한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한 데다가 정확한 수요예측을 통한 포스코 고유의 생산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려운 시기마다 꾸준한 투자로 위기를 극복해온 전통도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큰 자산이다. 10여년전 외환위기 때에는 물론 1980년대 세계 철강산업 위기 때에도 포스코는 공격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1980년대에는 2차 오일쇼크로 세계 철강업계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도 광양제철소 건설(1985년 3월 착공)을 과감히 추진해 세계적인 철강업체로 성장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공격적인 투자와 원가절감,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조하고 이를 지배함으로서 불황을 극복해 나갔다"며 "내년 또한 어려운 한해가 되겠지만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한다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