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뇌경막 이식술을 받은 환자가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에 걸려 숨진 사례가 국내에서 공식 확인된 가운데 뇌경막 뿐만 아니라 수술장비로도 전염되는 만큼 발병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2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CJD)에 감염된 환자의 뇌 조직을 사용하거나 수술에 사용된 외과 기구를 철저하게 소독하지 않고 사용하면 전염된다는 사례가 이미 확인된 바 있다"면서 "추가 발병 사례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국내 첫 사례로 보고된 '의인성 CJD'(iCJD)는 수술 등을 통해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형태로 세계적으로는 400건 이상 보고됐다. 이 환자는 1987년 뇌수막종으로 절제술을 받고 사람의 뇌조직을 원료로 한 뇌경막을 이식받은 후 잠복기를 거쳐 지난해 CJD가 발병했다.
이와 관련 우 교수는 지난 1969년 부터 뇌경막 수술에 사용된 '라이요두라'를 꼽았다.
우 교수에 따르면 이 제품은 죽은 사람의 사체에서 떼어온 경막을 사용했다. 문제는 사람의 뇌조직을 수집하면서 불법적으로 사체 조직을 모집해 '어떤' 사람의 뇌조직을 썼는지 관련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1987년 이 제품을 이식받은 환자(미국)가 CJD에 감염됐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경막이식 후 발생한 CJD 200건 중 138건이 일본에서 이 제품을 쓴 후 발생했다.
우 교수는 "지금은 수입이 금지됐지만 이 환자도 23년 전 CJD에 걸린 사람의 뇌조직이 사용된 제품을 이식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로 인한 CJD의 잠복기는 30년까지 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 환자가 이식받은 뇌경막 라이요두라는 산발성CJD에 감염된 환자 사체에서 적출한 것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추정된다.
우 교수는 또 해당 제품을 시술받았던 환자 중 추가로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CJD에 감염된 사람의 뇌조직이나 수술도구, 수혈 등을 통해 감염된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라 추가 환자가 발병할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면서 "의료관리가 안 됐기 때문에 이미 사망했거나 증상이 치매와 비슷해 단순 치매로 여겨졌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제품인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보건당국이 이제서야 역학조사를 한다는 것을 늑장대응"이라면서 "이 제품을 사용한 병원을 모니터링 하고 제품 뿐만 아니라 수술도구가 어떻게 다른 환자에게 사용됐는지도 철저히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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