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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차부품·섬유 '웃고' 농수산·금융 '울고'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41초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22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산업계는 업종별로 대미 수출 전략을 마련하느라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자동차 부품과 섬유 업계는 관세 인하에 따른 가격 경쟁력 확보로 수출 확대를 기대하는 반면 농수산 업계와 금융 업종은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미국 기업의 공세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모비스와 만도 등 자동차 부품 업계는 FTA 발효 시점부터 2.5~4%의 관세가 즉시 사라지면서 가격 경쟁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미국 사무소를 확대하거나 서비스센터를 보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중견 기업 외에도 5000여개 중소 업체들도 GM, 크라이슬러, 포드 등 미국 '빅3'를 대상으로 한 판로 확대에 큰 기대감을 걸고 있다.


중소 기업 관계자는 "일본산 부품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고 중국산 부품보다는 품질이 뛰어난 한국산 부품을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며 "관세 인하 외에도 한국산 부품 인지도 제고라는 수확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섬유 업계도 FTA 비준안 처리로 13.2%에 달하는 관세가 단계적으로 사라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효성, 휴비스, 웅진케미칼 등은 한미 FTA로 대 미 섬유 수출이 연간 2억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해왔다.


반면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완성차와 전자업계는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는 관세가 4년간 유지되는데다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당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으로 연간 1500만대 규모의 최대 자동차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4년 이후 관세가 사라지더라도 가격 인하 등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방침이다. 그 대신 다양한 고객 이벤트와 딜러 이윤 확대를 통한 판매 확대를 꾀할 전망이다.


전자 업계는 반도체, 컴퓨터, 휴대폰 등이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이미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어서 FTA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TV도 멕시코에서 생산 중이어서 관세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자 업계는 단기적인 관세 인하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교역량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FTA 체결로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비한 제품 생산 전략과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강 업계는 2004년부터 양국 간 무관세가 이미 적용되는데다 수출 물량도 많지 않아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건설업계도 공공조달시장은 1997년 발효된 WTO 정부조달협정(GPA)으로 이미 개방됐고 민간투자 시장도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에 근거해 문을 열었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제약업, 금융업, 농축산업 등은 경쟁력 열세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은 농축산업이다. 미국산 쇠고기·돼지고기, 과일 등의 수입량이 FTA 발효 이후 확대되면서 국내 농축산업 경쟁력이 급속도로 저하될 것으로 일각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농축산 지원책을 고려하지만 피해 규모를 집계하기 어려운 만큼 보완책 마련도 여의치 않은 형국이다.


금융업도 미국 업체들의 공세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FTA가 발효되면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미국 업체들이 국내에서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업체 등 금융사의 소유·설립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감독 권한 등으로 외국 업체들이 손쉽게 시장을 장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FTA는 본질적으로 수출 대기업을 위해 자영업을 희생하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영역 침범으로 생존의 기로에 선 자영업자들은 미국 대형 프랜차이즈의 진출까지 본격화하면 더욱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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