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차체가 높아 넘어질 것 같은데 코너링이 아주 좋군."
지난 7일 경기도 화성 현대ㆍ기아차 남양연구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달 말 출시 예정인 기아차의 경CUV '레이'를 직접 몰았다. 그동안 수차례 직접 테스트를 했지만 이날은 출시 여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과정이었던 만큼 매우 신중했다. 차량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살핀 것은 물론이다.
정 회장의 시승 소감에 이 자리에 있던 기아차 임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 회장이 "차체가 높다"고 언급한 것은 '레이'가 박스카 스타일의 경차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크기는 작지만 전고는 1700mm에 달한다. 대표적인 박스카인 닛산 큐브의 전고가 1650mm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 회장의 발언이 무리는 아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핸들링이 좋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B필러(앞문과 뒷문 사이의 뼈대) 없이 안전성을 유지한 점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정 회장은 앞문과 뒷문을 수차례 여닫으면서 품질 문제를 확인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B필러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면서 "품질에 만족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B필러는 레이 개발의 최대 난제였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의 이 뼈대가 앞뒷문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없애면서 품질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레이는 지난 6월 국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일부 품질 문제 보강 지시로 양산 시기가 올 연말로 늦춰졌다. B필러 없이 완벽한 품질을 만들라는 이유에서다.
기아차 관계자는 "B필러가 없다는 부분이 우리의 마케팅 포인트"라면서 "어린이의 경우 우산을 쓴 채로 승하차가 가능할 정도로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평가에 따라 기아차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내년 '레이'의 판매목표를 월 5000대, 연간 6만대로 결정했다. 동급 승용차인 모닝이 연간 10만대 가량 판매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새로운 세그먼트 차량으로 6만대를 판매한다는 것은 공격적인 목표 설정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정 회장은 이날 전기차 '레이'도 시승했다. 이 모델은 예정대로 다음달 중순 출시될 예정이다. '레이'는 내년 관공서 등에 2500대 납품된다. 일반인 판매도 가능하지만 판매가격과 전기차 운영 여건을 감안할 때 수요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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