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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투자자 증후군.. “나 좀 살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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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변동장에 무력감·불면증 시달려
전문가들 "내년 봄까지 쉽지 않은 장 기속"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주식 투자로 먹고 산 지 10년이 다 됐는데, 요즘처럼 어렵기는 처음이네요.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 재정위기, 미국 신용리스크, 대만 증시 폭락까지,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해외 요인들을 점검하다보니 두 달 여 동안 제대로 발 뻗고 잠을 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전업투자자 신 모(45세)씨는 한 증권사에서 개최한 투자대회에서 전업투자자부문 1위를 차지한 ‘베테랑’이다. 여행사, 음식점 등을 운영하며 틈나는 대로 주식투자에 손을 댔던 신 씨는 지난 2001년 전업 투자자로 변신해 5000만원의 종잣돈을 1년여만에 4억원으로 키웠다.

2008년 ‘리먼사태’ 때에도 선전하며 10%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지켜왔다. 하지만 요즘처럼 하루에 5~6%가 빠지기도 하는 주가 앞에서는 무력감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전업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하루 하루가 괴롭다“고 한다. 투자설명회도 찾아보고 ‘용하다’는 투자카페에 가입해 전문가 추천주도 받아보지만 변동성 장세에서 단기 급등주를 찾기란 쉽지 않은 실정.

주식투자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 투자자들은 계속되는 엇박자 투자에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빠질만큼 빠졌다 싶어 주식을 사면 시장이 갑자기 급락세로 돌아서며 손실을 키우고, 시장을 관망할 때는 주가가 급등하니 패닉 상태다.


신 씨는 요즘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8월 이후 폭락장에서 한국 증시와 외국 증시의 동조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9월부터 한국 시장이 개장하기 전 미국과 유럽 증시를 체크하고, 헤지(위험회피)를 위해 ‘코스피200선물’과 ‘아이 셰어 코리아 ETF’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신 씨는 “야간선물은 밤사이 해외에서 발생한 변수가 반영되는 데다 특히 외국인들의 매매동향을 파악할 수 있고 다음날 우리 증시 방향과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변동성 장세에서 전업투자자에겐 필수적인 체크사항”이라고 말한다.


우리 시간으로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신 씨는 새벽 5시가 넘어 잠시 눈을 붙였다가 한국 시장이 시작되기 한 두 시간 전에 깨는 토막잠을 지속해야만 했다.


이러다 보니 낮과 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출렁이는 장세를 바라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 속이 울렁거리고 혈압도 올라가 소위 ‘전업투자자 징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전업투자자가 괴로운 또 다른 이유는 대출 받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신 씨는 “전업투자자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은행에서 대출을 잘 안해준다”며 “안정적인 수입이 없다보니 자녀 수업료, 공과금, 대출금 등을 내야 하는 월말이 오면 더욱 더 쫓기는 심정이 된다”고 말한다.


쫓길수록 큰 수익을 못 먹고 손절매는 더욱 자주하게 되면서 결국은 빛의 속도로 깡통에 근접하는 꼴이라고 하소연한다.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증시 전망도 밝지 않아 신 씨의 고생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10월 상승세가 약했다는 것은 추세가 크게 아래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라면서 ”내년 봄까지는 쉽지 않은 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오늘 미국 리스크까지 추가된 것처럼 굉장히 어려운 장“이라며 ”유럽리스크 해소되기 전까지는 공격적 투자전략을 펼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규성 기자 bobo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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