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방문 부추기는 약사회 전략" VS "환자 편의성 높여"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처방전 리필제'가 의사ㆍ약사 영역다툼의 뇌관을 건드릴 조짐이다. 병원에 다시 방문하지 않고 처방전을 한 번 더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수익감소 및 처방권 축소를 우려하는 의사들이 실력행사를 공언하고 있다.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외교통상통일위원회)은 최근 처방전 리필제 관련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8일자로 보건복지위원회로 넘어갔다.
처방전 리필제 관련 법안은 지난 8월에도 국회에 제출됐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는데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하루 만에 철회했다.
윤 의원의 이번 개정안은 처방전 리필제의 기본 개념만 담고 있다. 윤 의원 측은 향후 법안이 복지위에 상정되면 '만성질환자가 처방전을 재사용 하고자 하는 경우 처방전에 따른 복약이 끝나는 날부터 4일 이내 1회에 한해 처방전을 재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시행령에 담아 복지위에 제안할 계획이다.
현행 약사법에는 한 번 발행한 처방전은 다시 사용할 수 없다. 동일한 약처방을 받으려면 의사 진료를 다시 받아야 한다. 윤 의원 측에 따르면 복지위 소속 의원 대부분이 법안의 취지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져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약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한약사회는 당연히 찬성이다. 약사회는 처방전 리필제가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질병 예방 관리에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9일 성명서를 내 "약국 방문을 부추겨 조제료를 더 받고 만성질환 환자의 1차 진료까지 하겠다는 약사단체의 고도의 전략"이라며 칼끝을 약사회로 향했다. 의사협회는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상태다.
한편 지난 몇 년간 잠잠하던 의약계 갈등이 최근 들어 잇따르고 있는 것은 2000년 의약분업 때 임시방편으로 봉합했던 문제들이 다시 터지기 시작해서다.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정부와 국회는 '지출'을 줄이는 방법을 찾게 됐다. 이 작업은 의약분업을 조건으로 의사나 약사가 어렵게 합의한 '손익의 균형점'을 다시 흔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상비약 슈퍼판매, 선택의원제, 처방전 리필제 등은 별개의 이슈로 보이지만 의약분업이라는 큰 그림안에서보면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다. 한 가지가 터지면 연쇄 폭발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지난 6월 상비약 슈퍼판매 논의를 반대하던 약사회의 '정책대안'은 처방전 리필제와 성분명 처방, 심야의원제 실시 등이었다. 이에 의사협회는 약사에게 주어지는 복약지도료나 의약품관리료 등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대응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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