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佛장군, 딴살림 차리겠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여겨졌던 마의 7%선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 그리스, 포르투갈에 이어 이탈리아가 유로존에서 네 번째로 구제금융을 받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이제 프랑스를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으며 유로존 분리라는 극단적인 비관론도 제기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0.48%포인트 급등한 7.25%로 마감되며 다시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장중 유로화 도입 이후 사상 최대폭으로 상승하며 7.48%까지 올랐다.
FT는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간주하는 수준까지 올랐다며 투자자들이 세계 3위 부채 규모를 지닌 이탈리아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런던 채권청산소(LCH)가 이탈리아 국채 거래에 대한 증거금을 인상한 것이 직접적인 악재가 됐다. LCH는 10일부터 이탈리아 국채 7~10년물에 대한 증거금을 5%포인트 인상해 11.65%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용 부담을 우려한 은행들이 서둘러 이탈리아 국채 매도 물량을 쏟아냈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 국채 매입에 나섰지만 이탈리아 국채 금리 급등을 막지 못 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임한 뒤에도 이탈리아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개혁 조치들을 빠르게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악재가 됐다.
이탈리아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이탈리아 증시는 3거래일 만에 하락반전하며 전일 대비 3.78% 급락했다. 독일과 프랑스 증시도 각각 2.21%, 2.17% 급락했으며 영국 증시도 1.92% 밀렸다. 미국 S&P500 지수도 지난 8월 이후 최대인 3.7% 급락을 기록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불안한 시나리오들이 쏟아졌다. 독일 일간 한델스블라트는 집권 기독민주당이 유로존 회원국 탈퇴가 가능토록 하는 방법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탈리아가 한계점에 도달했다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뉴 유럽(New Europe)'을 요구했으며 이에 따라 유로존 분리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구조개혁이 빠르게 취해져야 하는 현재의 유럽 상태가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으며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이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이는 더 적은 유럽이 아니라 더 많은 유럽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뉴 유럽을 통해 난관을 타개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또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유로존 분리 위험에 대해 준엄한 경고를 했다고 전했다. 바로수 위원장은 "남부와 동부 유럽이 평화롭고 번영하지 못 한다면 북부와 서부 유럽에도 평화와 번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FT는 이탈리아와 관련해 향후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현재 마련된 재정긴축안 추진 속도가 빨라질 수 있으며 또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크레디트 라인(신용공여 한도) 제공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주 G20 회의에서 IMF를 통한 지원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크레디트 라인으로도 시장을 진정시킬 수 없다면 다음 수순은 구제금융이나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최후의 보루로서 이탈리아 국채를 무제한 매수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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