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잡는 '수수료 최저낙찰제'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아파트 위탁관리업체 선정의 투명화 등을 이유로 도입된 수수료 최저가낙찰제가 업체들 간의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며 갖가지 폐단을 낳고 있다. 그동안 관련 업계는 업계의 현실과 서비스를 받는 입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관련지침을 제정한 정부의 무책임을 질타하기도 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010년 7월 6일 개정된 주택법시행령의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을 통해 위탁관리를 받는 아파트에서는 주택관리업자 선정시 위탁관리 수수료의 최저가로 선정하도록 못박았다.
위탁관리수수료란 전문 주택관리회사가 특정 아파트 단지를 위탁관리를 해주고 받아가는 수수료다. 사업자의 매출이익에 해당되는 금액은 사업장을 지원하는 본사의 운영비용과 순수 이익금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국토부의 지침에 따라 사업자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년간 위탁수수료 총액이 1원 미만인 단지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ㅇ'관리업체 관계자는 "누가 봐도 1원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난 2년 동안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에도 업계의 월간 위탁관리수수료는 대체로 ㎡당 8~10원 수준으로 1990년대 ㎡당 15~20원대에 비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김윤만 주거문화연구소 소장은 "아파트 위탁관리 등록 사업자 수가 600 여개로 무차별적인 과당경쟁을 벌이는 데서 비롯됐다"며 "국토부의 고시는 이를 더욱 부추긴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일부 단지에서는 관리 업체를 선정할 때 탁구공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용인의 1500여 가구의 신규 입주단지에서 5개 업체 ㎡당 1원을 제시해 국토부 고시 기준에 의거 탁구공으로 추첨이 실시됐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좋은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몇 달 동안 고심했지만 결국 법이 발목 잡아 추첨에 의해 업체를 선정했다"며 "선정된 업체는 지난해 언론을 통해 대표적인 비리업체로 지적당했던 곳이어서 허탈하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자격미달인 업체는 국토부의 고시 기준을 교묘히 이용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부산의 한 대규모 아파트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 이 곳 입주자대표회의는 그 동안 위탁수수료 ㎡당 1원의 문제점을 알고 있어 참가업체 자격 제한과 함께 최저가를 ㎡당 3원으로 제시했다. 그 결과 16개 업체가 입찰에 참가했고 서류미비로 탈락한 5개 업체를 제외한 11개 업체가 모두 ㎡당 3원을 제시한 것. 결국 이 곳에서도 제비뽑기로 추첨이 이뤄졌다. 입주자 대표회의 측은 "입주민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을 최소 1년 이상 보장해주는 위탁관리업체 선정이 제비뽑기로 이뤄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면서 올해 위탁관리사업자 관련 소송만 전국에서 6차례가 있었다. 모두 입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며 국토부 관리 지침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토부도 뒤늦게 관련 사항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이 후 운영과정에서 여러 의견들이 나와 현재 용역을 주고 지금까지의 과정을 되짚어 보고 있다"며 "용역 결과 이후 올해 안에 공청회를 통해 관리 지침에 관해 논의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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