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가 직장인 키우는 곳인가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상식적으로 예술하는 사람들이 1~2년 안에 취직이 되는 게 말이 됩니까?" 1974년 데뷔 이후 해바라기, 신촌블루스 멤버로 활동하며 '섬소년',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가수 이정선(사진)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교수의 항변이다.
그는 최근 MBC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가수 장혜진 한양여대 교수, 자문의원 장기호 서울예대 교수 등 전국 58개 실용음악 관련학과 교수들과 함께 전국 대학 실용음악 교수 연합회를 꾸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취업률'을 주요지표로 예술계열 대학을 평가하는 게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이 교수는 1일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예술교육의 목적은 직장인이 아니라 예술인을 키우는 것"이라며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10~20년 더 갈고 닦아야 한 사람의 예술인으로 홀로 설 수 있는데 지금 이런 식의 대학평가는 예술가들이 겪어야 할 지난한 성장과정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지난 9월 '취업률'을 주요지표로 활용해 대출제한 대상 17개를 포함, 지표평가 하위 15%인 43개 사립대를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 교수는 "대학 역시 각 대학과 학과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획일적인 기준으로 평가한다고 해서 발전하는 게 아니다"라며 "획일화보다 다양화를 통해 발전시키는 정책적인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대학실용음악교수연합회는 실용음악과를 포함한 예술계열 학과를 취업률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오는 3일 오전 정부중앙청사 인근에서 열고 교육과학기술부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연합회는 "예술계열 학과를 취업률로 평가하는 교과부의 정책은 문화 예술의 발전을 가로막고 예술교육을 황폐화하는 만큼 백지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뼈대인 성명서를 마련해 지금까지 43개 대학의 교수 258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또 전국예술계열대학생회연합, 한국대학연극학과교수협의회, 교수노조 등 대학관련 단체뿐만 아니라 한국가요작가협회, 싱어송라이터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쳐 지지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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