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가 운신하기 힘들어졌다.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녹취록을 인용 이른바 ‘떡값 검사’의 실명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노 전 대표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양현주 부장판사)는 28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 전 대표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4월에 집행유예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의 직무수행을 위해 보호되는 면책특권의 범위에 대해 의원의 공익적 업무수행에 대한 헌법적 보호요청과 피해자의 명예권 보호에 대한 요청을 비교형량하더라도 달라진 언론환경 등에 대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고, 달리 다른 수단이 없었다고 볼 수 없어 정당행위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노 전 대표는 “면책특권에 대해 심리되지 못한 부분이 있어 대법원의 판단을 다시 구하고자 한다”며 기한 내 재상고할 뜻을 밝혔다.
당초 바쁜 정치 일정으로 선고를 2주 연기하려다 이날 법정에 선 노 전 대표는 “전·현직 고위검사가 떡값을 받았다는 것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지난 92년 대법원이 국회의원의 보도자료 배포를 직무에 따르는 행위로 봐 면책특권의 대상으로 인정한지 20년이 흘러 인터넷 시대가 되었음에도 이 같은 언론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노 전 대표는 2005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앞서 이른바 `안기부 X파일'로 불리는 안기부의 불법 도청 테이프에서 삼성그룹의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을 비롯한 전ㆍ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고 이를 인터넷에 올려, 안 전 검사장의 고소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고, 2심은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인터넷에 올린 부분은 위법성이 인정된다며 일부 유죄 취지로 파기했다.
집행유예로 인해 1년내 추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 한 노 전 대표가 감옥에 갈 일은 없지만, 공무원이 될 자격 등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자격정지가 선고됨에 따라 당장 내년 총·대선에서의 정치적 행보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재상고의 기회가 남아 당장 직접적인 제약이 가해진 것은 아니지만 대법원에서마저 유죄가 확정될 경우 1년간 공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노 전 대표의 운신의 폭이 넓지 못하리란 분석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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