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장기 생존 암환자 모임 '새누리 클럽' 회장 정월용 교수
-강한 의지ㆍ가족 사랑ㆍ의사와의 신뢰는 필수
-전체 암환자의 10년 생존율 51.1%…희망 가져야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올해로 일흔 셋인 정월용 교수(매릴랜드대학교 아시아캠퍼스 문학박사)는 매일 새벽 4시에 몸을 가뿐히 일으킬 정도로 건강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북한산에서 제일 높다는 백운대(해발 836m)를 오른다. 20년 전부터 산을 타기 시작했으니 백운대를 1000번 이상은 오른 셈이다. 또 하루에 팔굽혀펴기 15개 정도는 쉬지 않고 거뜬히 해낸다.
27일 연세암센터 '제2기 새누리 클럽' 발대식에 앞서 만난 정 교수는 한 눈에 보기에도 정정하고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하지만 그는 위암 말기 환자였다. 이날도 암에 걸렸다가 10년 이상 장기 생존한 사람들의 자조(自助) 모임인 '새누리 클럽'의 2기 회장으로 병원을 찾은 것이다.
정 교수는 "11년 전 위암 판정을 받았을 땐 하필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기나 절망도 했었지만 당시 나이를 생각해보니 '아직은 멀었다. 한 번 싸워보자'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이겨냈다"면서 "지금은 새 사람이 된 기분으로 다시 찾은 삶을 기쁘게 보내고 있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그가 처음 위암 진단을 받았을 땐 이미 말기였다. 몸무게는 평소보다 10kg이나 쏙 빠졌고, 수술을 해도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말까지 의사에게 들었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무조건 '의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 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는 8개월 동안 매일 고단백ㆍ채식 식단을 지키고 운동도 빼먹지 않았다.
그는 "매 세끼를 소고기, 계란, 치즈, 우유, 요구르트만 먹다보니 질려서 어떨 땐 한 참을 쳐다만 보다 2시간에 걸쳐 먹기도 했고, 방사선치료를 받을 땐 잠이 들며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그 간의 일들을 떠올리며 정 교수는 암 환자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학교 강의가 주는 책임감 때문에 일어날 수 있었다"면서 "모든 암 환자는 할 일 즉, '책임감'이 있어야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도 일주일에 3번 미국인 학생들에게 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암을 이겨내기 위한 기본 원칙으로 '삶에 대한 강한 의지', '가족들의 사랑', '의사와 환자의 깊은 신뢰'를 든다. 말기암이라 해도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면 완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연세암센터가 정 교수처럼 2000년에 암 진단을 받은 4600여명의 10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전체 암 환자의 절반(51.1%)이 10년 장기 생존했다. 말기암 환자의 경우도 17.1%나 됐다.
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말기암이라도 강한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서 "암을 이겨낸 선배로서 후배 환자들에게 의지가 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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