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4G가입자만 쓰도록 '유심' 지원 막아...방통위 개선책 마련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직장인 김민우(32)씨는 최근 휴대폰 구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사양과 성능이 우수한 최신 스마트폰은 거의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폰이지만 LTE 요금제가 기존 스마트폰 요금제보다 비싸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
그러던 중 LTE폰은 3세대(3G), 4G 통신 서비스를 모두 지원한다는 말을 듣고 LTE폰을 구입해 기존에 쓰던 3G 유심을 끼워 쓰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휴대폰을 구입하려고 하니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통신사에서 잠금 기능을 설정해 놔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
26일 주요 포털 등 스마트폰 사용자 모임 등에 따르면 통신사가 LTE폰에 3G 유심을 끼워 사용하지 못하게 잠금 기능을 설정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LTE폰은 4G 유심을 끼워야만 쓸 수 있다. 3G 유심을 끼워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LTE폰은 3G, 4G를 모두 지원하지만 3G 요금제로는 이용할 수 없게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이는 통신사가 LTE폰 활성화를 위해 제조사에 3G 유심을 인식할 수 없도록 제조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LTE폰에 3G 유심을 끼워 쓸 수 있도록 하는 건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다만 통신사의 요청에 따라 3G 유심을 끼울 경우 인식하지 못하도록 제조해 사업자에 공급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방에 사는 소비자다. 현재 LTE 망은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깔려 있지 않기 때문에 지방에서 거주하거나 근무하는 소비자들은 LTE폰을 사도 거의 사용할 수가 없다.
특히 통신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의 권유로 LTE폰을 샀지만 정작 주요 활동 지역에서는 LTE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아 LTE폰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경우만큼은 LTE 전국망이 깔리는 오는 2013년까지 3G 유심을 끼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3G 통신망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단말은 3G 전용으로, LTE 통신망의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단말은 4G 전용으로 하고 있다"며 "3G, 4G 단말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듀얼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방에 사는 소비자의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이들을 포함해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내년까지 데이터를 50% 더 얹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측은 이제 막 LTE 서비스가 시작한 만큼 향후 좀 더 시장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성호 통신이용제도과장은 "LTE폰에서는 3G 스마트폰과 달리 3G 유심을 끼워 쓸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없어 법률적으로는 따져볼 수 없는 문제"라면서 "통신사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지 여부는 향후 해외 사업자는 어떤 지와 국내외 요금제 특성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서 주로 활동하는 소비자들에게 허위·과장 광고를 통해 LTE폰을 판매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이제 막 LTE 서비스가 시작한 만큼 이런 문제가 나타나면 사후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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