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박희수가 SK 불펜의 핵심전력으로 거듭났다. 롯데 중심타선을 잠재우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박희수는 1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 플레이오프 3차전 7회 구원 등판,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투구는 철벽에 가까웠다. 직구, 체인지업, 커브를 앞세워 이대호, 홍성흔 등이 버틴 상대 중심타선을 철저하게 봉쇄했다. 포스트시즌 호투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KIA와의 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1홀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사실 이날 등판은 복수전에 가까웠다. 지난 1차전에서 1.1이닝 1실점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틀 동안 갈은 칼은 송곳 끝과 같이 날카로웠다. 송은범의 뒤를 이어 7회 등판한 박희수는 선두 조성환에게 볼넷을 내줘 1사 2루 위기에 몰렸지만 김주찬과 손아섭을 각각 투수 앞 땅볼과 1루 땅볼로 돌려세웠다. 압권은 8회. 선두 전준우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이어진 중심타선을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다.
특히 이대호와의 승부에서 박희수는 볼카운트 1-3에 몰렸지만 시속 118km의 커브를 한 가운데 던지며 기선을 제압했다. 타이밍을 빼앗긴 이대호는 다음 직구를 파울로 걷어냈지만 이어진 시속 135km의 체인지업에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대담한 투구는 후속 홍성흔과의 대결에서도 이어졌다. 직구로 파울을 유도한 뒤 4번 연속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박희수의 잇따른 역투는 SK 불펜진에 큰 소득이다. 시리즈 전 SK는 불펜 힘을 극대화하는데 난관이 예상됐다. 롯데 방망이가 오른손 일색인 까닭이다. 하지만 왼손 박희수는 그간 남긴 성적으로 통념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그는 정규시즌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0.135의 피안타율을 보인 반면 왼손 타자에게 0.232를 기록했다. 박희수는 데이터를 ‘가을야구’에서 또 한 번 증명했다. SK 불펜이 여전히 철옹성을 자랑하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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