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건설업체들이 속속 아파트 분양가를 내리고 있다. 불과 얼마만 해도 고분양가가 마케팅 전략의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분양가 인하 바람은 지방 분양시장까지 확산일로다. 여기에 분양가를 높혀 받자던 재건축·재개발 조합들도 값을 낮추고 있다. 미분양으로 고생할 바엔 빨리 팔아치우는게 낫다는 계산이다.
통장 쓰기를 망설이던 수요자들도 청약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최근 문을 연 견본주택마다 수요자들의 발길로 난리법석이다. '착한 분양가' 공략은 일정부문 성공을 거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울 전농 7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 전농크레시티'와 대림산업이 경기 의왕에서 공급한 '의왕 내손 e편한세상', 대우건설의 '서수원 레이크 푸르지오' 등은 주변 시세보다 크게 낮춰 순위내 마감을 기록했다. 청약 순위가 무의미질 정도로 침체된 시장에서 중대형을 포함한 이들 단지의 순위내 마감은 릫착한 분양가릮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건설업계는 시장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분양가 인하라는 자구책을 내놓은만큼 정부와 국회도 지원방안을 마련하길 기대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토해양부에 '분양가 인하' 방안을 담은 건의안을 냈다. 또 국회를 찾아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계류중인 법안들에 대해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태도는 미진하다. 국토부는 모든 공을 국회로 넘긴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거래활성화를 위한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은 정부도 민간과 같은 생각"이라며 "상정된 안들의 통과 여부가 결정돼야 정책이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건설 부동산 관련 법안은 600여 건에 이른다. 분양가 상한제는 2년 이상 묵혀 있을 정도다. 때문에 분양가를 내리며 안간힘을 쓰는 업계로서는 국회나 정부가 걸림돌처럼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계류중인 법안은 법안심사소위조차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상정된다해도 18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의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시장이 무너져야 대책을 내놓는 정부나 매일 낮잠이나 자며 선거에 빠져 있는 국회나 한심하기 그지 없다. 건설업계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한다는 것쯤은 알았으면 한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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