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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조 소유한 로레알 상속녀 치매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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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160억 유로(약 25조 원)가 넘는 자산을 보유한 프랑스 화장품 업체 로레알의 상속녀인 릴리안 베탕쿠르(88)가 후견인의 보호를 받게 됐다.

르 몽드 등 현지 언론들은 파리 교외 쿠르브부아 법원이 프랑스 최고 여성 부호 베탕쿠르에게 후견인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법원은 "베탕쿠르가 혼합형 치매, 상당히 진행된 알츠하이머 증상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전문의의 보고서를 받아들였다.

혼합형 치매란 치매의 일종인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이 함께 발병할 경우 나타나는 증세다. 혈관성 치매는 뇌에 대한 혈액 공급 문제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의 보고서에 따르면 "베탕쿠르는 인지능력과 기억력에 문제가 있으며 실어증도 앓고 있다." 뇌 기능이 점진적으로 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베탕쿠르의 건강과 생활을 책임질 후견인으로 베탕쿠르의 큰 외손자 장 빅토르 메이예(25)가, 베탕쿠르의 부동산과 자산 관리 후견인으로는 후견 소송을 제기한 외동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 그리고 두 외손자 장 빅토르 메이예와 니콜라 메이예가 선임됐다.


딸 프랑수아즈는 법원 결정을 환영했으나 베탕쿠르의 변호인은 "법원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하기로 결정했다.


베탕쿠르는 이번 법원 결정에 앞서 일요 신문 '르 주르날 뒤 디망슈'와 가진 회견에서 "딸이 후견인으로 지정될 경우 프랑스를 떠나겠다"고 위협했을 정도로 자신의 재산이 다른 가족 손으로 넘어가는 데 반대하고 있다.


이른바 '베탕쿠르 스캔들'은 2008년 프랑수아즈가 어머니 친구인 사진작가 프랑수아 마리 바니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2007년 9억9300만 유로 상당의 현금과 고가 미술품을 어머니로부터 가로챘다는 이유에서다.


이때 프랑수아즈는 법원에 어머니에게 금치산 선고를 내려달라고 신청했다. 어머니가 바니에에게 막대한 돈과 미술품을 건넨 것은 비정상적인 심신상태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주장이었다.


3년 동안 끌어온 법정 공방은 지난해 12월 모녀의 화해로 막을 내렸다. 베탕쿠르는 올해 초반 바니에과 관계를 끊고 유언장에서 그의 이름을 빼버렸다.


베탕쿠르는 로레알 창업자 위젠 쉬엘러의 딸이다. 베탕쿠르의 재산은 2차 대전 당시 나치에 협력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그러나 베탕쿠르는 자선사업으로 가문의 이미지를 다소 회복시킬 수 있었다. 그녀가 설립한 베탕쿠르 쉬엘러 재단은 프랑스와 개발도상국에서 의료·문화·자선 사업을 펼치고 있다.


베탕쿠르가 프랑스 최고 부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로레알의 지배 지분 덕이다. 그는 로레알 지분을 40여 년 간 보유해오고 있다. 베탕쿠르는 2007년 11월 남편 앙드레 베탕쿠르(향년 88세)와 사별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진행되는 와중에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에릭 뵈르트 전 노동장관이 물러나는 등 불똥이 정치권으로 튄 상태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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