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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저는…" 羅-朴 쌍둥이 화법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2초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17일 잠실동 새마을 시장. 나 후보는 시장 길목에 의자를 깔고 앉았다. 시장 상인들과 그냥 악수만 하고 지나치지 않았다. "재래시장 주변에 항시 주차를 하게 해달라" "생계형 노점상을 허용해달라" 나 후보 주변에 모여든 상인들의 요구가 쏟아졌다. 그 자리는 곧 '현장간담회'가 됐다.


같은 날 고려대학교 중앙광장. 대학생들과 둘러앉은 박원순 후보는 수첩을 펴고 등록금 인하, 기숙사 문제에 관한 주장을 꼼꼼히 적어내려갔다. 중요한 부분엔 별표도 그렸다. 학생들의 말이 끝나자 박 후보는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스튜디오식 임대주택 보급 등 자신의 정책을 하나둘씩 설명했다.

D-8. 선거운동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의 모습이다. 두 후보 모두 '타운홀 미팅' 방식을 도입했다. 후보가 지역주민들과 만나 현장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을 설명하는 것이다. 네거티브 공방으로 어느 때보다 상대방에 깊은 생채기를 내고 있지만 둘 다 시민들과 마주하는 방식은 똑같다. 마이크를 잡는 대신 귀를 열고 유세차 대신 운동화를 신고 동네를 돈다.


친근한 분위기를 위한 '연출'도 한다. 점퍼 차림의 나 후보는 검정, 회색 점퍼 차림의 옆집 아주머니 콘셉트로 변신했다. 박 후보는 앞치마를 둘렀다. 둘다 어깨띠도 웬만해선 하지 않는다. 정치인 색채를 풍기면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계산에서다.


"제가…" 혹은 "저는…"이라고 말문을 여는 화법도 비슷하다. 나 후보는 5살짜리 딸을 둔 주부가 "어린이집에 아예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하자 "제가 10년, 15년 전에 겪었던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다"고 했다. 박 후보는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선 "제가 학생 때 책 보따리 하나만 들고 서울에 와서 집도 없어 도서관에서 쪽잠을 잤는데, 40여년 전 제가 겪은 고통을 여러분이 그대로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런 선거운동에 관해 정치에 대한 불신이 '세몰이' '확성기 유세'로 대표되는 기존 선거운동의 틀을 깼다는 평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은 "정치인들이 내부에만 매몰돼 왔기 때문에 여기에 염증 난 국민들은 뭔가 차별화되고 새로운 것을 원하는 것"이라며 "1:1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후보가 대중들의 삶을 이해한다는 뜻을 유권자들에게 전달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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