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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10.26 재보선을 뒤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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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된 '봉하마을 아방궁'

[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지난 2009년 5월 서거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뒤흔들고 있다. 선거 D-8일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이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과거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맹비난했던 사실과 묘하게 대비되면서 여권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7일 내곡동 사저와 관련,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고 김인종 경호처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이번 조치로 파문이 일단락되기를 바라는 느낌이지만 여론은 여전히 비판적인 분위기다.

박원순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를 측면 지원해온 민주당은 총공세에 나섰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적 분노가 청와대로 향하고 있고 서울시장 선거에 악재로 작용하니까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듯하다"며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또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인종 경호처장, 김백준 총무비서관 등을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하는 것은 물론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시형씨에 대해 부동산실명제 위반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내곡동 사저 논란을 정치쟁점화해서 MB심판론을 확신시키겠다는 것이다.


초반 열세를 딛고 일부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를 추월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비상등이 커졌다. 내곡동 사저파문이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가 터진 데다 과거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 봉하마을 사저를 비판했던 논평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나 후보는 이와 관련, "잘못 표현한 것이라기보다 논평을 내다보면 표현이 과한 부분이 있는 것을 인정한다"며 "(이명박) 대통령 사저 문제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이나 모두 비판할 만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재단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재단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서에서 "나경원 후보가 빠른 시일 내에 봉하 사저에 와서 '아방궁'인지 아닌지 직접 확인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며 "나 후보는 사과는커녕 허위사실로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패륜적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내곡동 사저는 이미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고 경호처장이 사임까지 한 사안"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아방궁'이 아님은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직접 사저를 방문해 확인하고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내곡동 사저 논란이 격화될수록 손해를 보는 것은 결국 나 후보와 한나라당이다.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아방궁'이라고 비판했던 원죄 때문이다. 자칫 서울시장 선거전은 '나경원 vs 박원순' 대결구도에서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와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라는 전현직 대통령의 대립구도로까지 비화할 소지도 없지 않다. 만약 내곡동 사저 논란으로 여권이 선거에서 패한다면 '죽은 제갈공명이 살아있는 사마중달을 도망치게 했다'는 '사제갈주생사마(死諸葛走生司馬)'라는 삼국지의 유명한 고사처럼 노무현 파워가 서울시장 선거전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의 파워는 이미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도 증명이 됐다. 당시 선거전은 북한의 천안함 도발에 따른 북풍(北風) 효과로 여권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투표함 뚜껑을 열어보니 노풍(盧風)의 위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경남지사(김두관), 충남지사(안희정), 강원지사(이광재) 선거에서 친노 주자들이 노무현 후광 효과로 광역단체장에 당선됐다.




김성곤 기자 sk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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