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大 연구원 명단에 이름 있어
[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김승미 기자] 이해찬 전 총리는 16일 박원순 서울시장 무소속 후보 공동선대위 기자회견에서 "조폭 수준에 가까운 흑색선전을 보면서 참 더러운 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후보 검증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나라당의 파상 공세는 박 후보 측의 고발로 법정에서 다뤄질 전망이지만, 지금까지 제기된 박 후보에 대한 학력 관련 의혹은 정치권의 전형적인 '묻지마식 폭로'에 가깝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박 후보의 학력 논란의 시발점은 '서울대 법대' 경력에서 출발한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박 후보가 쓴 7권의 책에서 서울대 법대 입학ㆍ중퇴라고 썼다"면서 "서울대 사회계열을 다녔는데 이건 학력위조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 후보가 서울대 사회계열에 입학했지만 80일 만에 반독재시위로 제적된 것을 두고 한 의혹제기다.
박 후보가 단독 또는 공동으로 집필한 책은 약 40여권. 이 가운데 7권이 서울대 법대라는 학력이 기록돼 있다. 당시 서울대 사회계열 정원은 485명으로 시위로 제적된 이들 중 복적한 상당수 학생들은 법학 또는 경영학 등을 선택했다. 반독재시위로 제적됐던 이들이 복적했을 때 학과 선택은 자유였다.
반면, 복적이 허용되기 전 박 후보는 경기고에 이어 서울대를 의미하는 'KS'가 아닌 단국대에 시험을 보고 입학했다. 그의 책에도 단국대 졸업이 기록된 책이 다수다.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는 "박 후보의 저서 2분의 3 정도는 '서울대 중퇴'라고 되어 있거나, 아예 서울대 언급이 없다"며 "단국대 언급은 거의 빼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버드대 학력 위조 의혹은 한나라당 출신의 강용석 의원이 처음 제기했다. 강 의원은 하버드대로부터 받은 회신 메일을 근거로 박 후보의 하버드대 연구원 경력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이 받은 메일에는 "해당 기간(91~94년)의 객원연구원에 대한 우리의 자료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그(박원순)가 객원연구원이었다고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고 적혀 있다. 나경원 후보 측 안형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로스쿨 학위 과정은 물론 객원연구원에 '원순 박'이란 이름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의 공개한 '하버드대 로스쿨 휴먼라이츠 프로그램 연구원 명단'에는 박원순의 이름이 적혀 있다. 박 후보와 함께 참여했던 이석태 전 민변 회장은 하버드 로스쿨 비지팅 스칼라 초청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한 추가 의혹이나 해명을 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영국 런던정경대(LSE) 디플로마 과정 수확 논란에 대해 한나라당은 "디플로마를 취득한 것인지 수학한 것이지도 불분명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 측 우상호 대변인은 이에 대해 "박 후보는 91~92년까지 영국 LSE 대학원 과정을 수료한 후 잠시 귀국했다가 동년 9월15일 미국 보스턴으로 출국 하버드 법대 객원연구원으로 체류하다 다음해 5월 워싱턴으로 옮긴 바 있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 측은 런던 정경대 국제법 디플로마 취득증명서를 공개했다.
박원순 후보에 대한 이같은 학력 논란을 보는 박 후보 지인들의 반응은 착잡하다. 한인섭 서울법대 교수는 "서울대에 붙은 뒤 민주화운동에 연루돼 80여일만에 제적된 학생의 마음을 지금 의혹을 제기하는 한나라당 사람들이 상상조차 할 수 있겠냐"며 "서울 법대 중퇴라는 학력으로 박 후보가 특별한 이권을 얻은 바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달중 기자 dal@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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