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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여성 체육인들, 설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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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달 19일 2011-12 시즌 심판위원장으로 강현숙 전 국가 대표팀 선수단장을 선임했다. 남자 프로농구 단체인 KBL 심판위원장에 여성이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신임 심판위원장은 지난해 체코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와 지난 8월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나가사키) 선수단장을 지냈다. 강 신임 심판위원장은 올드 팬들에게는 이런 보직보다는 1979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할 때 활약했던 '선수 강현숙'으로 기억된다.

이에 앞서 아마추어 단체인 대한하키협회는 지난 5월 신정희 전 국가대표팀 코치를 전무이사로 발탁했다. 경기 단체의 전무이사는 실무 부회장이 없을 경우 사무국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이다. 신 전무는 1981년 국내 하키 사상 첫 여성 국제심판이 됐으며 한국여성스포츠회 창립 멤버로 사무국장을 지내는 등 현장 경험과 행정 능력을 겸비한 여성 체육인이다.


이 정도면 국내 체육계에도 여성들의 진출이 제법 이뤄지고 있는 듯해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 박선규 2차관은 "대한체육회 산하 55개 가맹 단체 임원 비율을 조사한 결과 여성은 6.6%에 불과했다"며 "앞으로 3년 안에 여성 임원 비율을 20% 이상 끌어올리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체육 관련 부처의 고위직 공무원이 경기 단체 여성 임원 비율을 거의 강제적으로 높이겠다고 말할 정도로 국내 체육계에서 여성의 비중이 매우 낮은 셈이다.


한국 스포츠 발전에 여성이 기여한 바가 미미한가. 그렇지 않다는 건 모든 스포츠 팬들이 알고 있다. 강현숙 KBL 신임 심판위원장이 주축 멤버로 활약한 1979년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우승국은 미국이다. 그런데 당시 스포츠 팬들은 결승에서 한국을 94-82로 꺾은 미국의 경기력보다도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감독이 여성이라는 점에 놀라워했다. 게다가 나이도 많지 않아 보였다.


미국 대표팀 감독 패트 헤드 서미트는 당시 스물일곱 살이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 농구 은메달리스트로 24살부터 지도자 생활을 한 서미트는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산하 농구 종목의 모든 디비전을 포함한 남녀부 최다승(1천71승 199패)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1년 현재 현역이다. 한국이 은메달을 딴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도 사령탑으로 미국의 우승을 견인했다. 국내에선 종목을 막론하고 여성이 국가대표팀 감독을 하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할 때다.


한국이 1967년 제5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체코슬로바키아)에서 준우승하는 데 크게 이바지한 박신자가 1982년 신용보증기금 창단 감독을 맡고 이듬해 여자 청소년대표팀을 이끈 건 당시로서는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3위에 오르며 여자 농구와 함께 한국 스포츠를 세계에 알린 여자 배구에서는 '나는 작은 새'의 주인공 조혜정 전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위원이 지난해 여자 프로 배구 GS 칼텍스 사령탑을 맡게 된 일이 화제가 될 정도다. 조 감독은 아쉽게도 한 시즌 만에 퇴진했다.


여성이 한국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한 정도를 보면 종목별로 조 전 감독 같은 지도자가 벌써 여럿 나왔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조 전 감독의 취임을 알리는 언론 보도에는 '조 감독은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첫 여자 감독이 됐다'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눈여겨볼 종목이 여자 유도다. 여자 유도는 20여년 전만 해도 "여자가 무슨 격투기 종목을 하느냐"는 비아냥을 듣던 종목이다. 그러나 199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미정(72kg급)과 문지윤(72kg 이상급)이 금메달을 딴 데 이어 김미정이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올림픽 챔피언이 되면서 단숨에 효자 종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짧은 역사지만 지도자와 심판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미정은 이미 A급 국제심판이 됐고 뒤를 이어 옥경숙, 정선용, 조민선, 정성숙, 현숙희 등이 B급 국제심판 자격증을 받았다. 김미정은 용인대 교수로 모교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1993년 해밀턴(캐나다) 대회와 1995년 지바(일본) 대회에서 2연속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선 데 이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66kg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조민선은 모교인 한체대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다른 분야에 못지않게 스포츠계에서도 여성의 위상과 비중은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특히 여성이 스포츠 발전에 미친 영향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크다. 지도자 자리와 경기 단체 임원 자리가 무슨 공로에 대한 보상은 아니지만 여성들이 힘겹게 이룬 성과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박 차관의 지난해 발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다. "그동안 체육 단체는 사실상 '남성 전유물'처럼 운용돼 왔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 후반기 국정 목표인 '공정한 사회'와도 맞지 않는다. 특히 여자 선수들이 출산을 하면 선수 생명이 끊어지는데 이 또한 정부의 출산 장려책과도 어긋나 이 같은(앞으로 3년 안에 여성 임원 비율을 20% 이상 끌어올리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 조치를 취하게 됐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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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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