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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외화확보 방해하는 금융당국

시계아이콘01분 09초 소요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커미티드라인 설정을 독려할 때는 언제고 이런 식으로 외화확보 창구를 막으면 어쩌라는 건지..."


금융당국이 한국주택금융공사(HF공사)에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실적이 미미한 시중은행 담보자산을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유동화시키지 말라는 지침을 통보했다는 본지 기사에 은행권 여신담당자들의 볼멘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관련기사 10월 13일 16면 참조)

법적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HF공사를 통해 낮은 비용으로 외화를 확보하겠다는 은행권의 노력이 외화 보강 총력체제를 선언한 당국에 의해 막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커버드본드를 해외에서 발행하면 장기간 안정적으로 외화를 확보할 수 있는데다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을 고정금리 대출상품 용도로 활용해 '1석 2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데 "상품 공급이 먼저"라고만 하니 허탈감에 빠진 것이다.


금융당국의 '겉다르고 속다른' 행정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금융정책 결정 프로세스에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났다는 일침까지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너나할거 없이 격앙돼 있다.  

이런 반응들은 금융당국의 외화정책에 대한 은행권의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 8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은행권에 외화를 대거 확보하라고 주문하면서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행채권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 스프레드가 급격히 상승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CDS 스프레드가 220bp까지 치솟자 금융당국은 세계 주요국 상황을 자료로 뿌리면서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른바 '김석동 프리미엄'이라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외환유동성 보유현황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달러화 조달비용만 올려놓았다. 실제 당국이 외화 확보 계약때 일정 수수료를 의무적으로 내야하는 커미티드라인을 종용하면서 최근 두 달 새 20억 달러 어치를 부랴부랴 확보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 과정에서 중국계 은행은 보통 0.25~0.3% 정도인 수수료의 두 배를 책정하고, 약정된 금액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철회할 수 있도록 하는 '독소조항'을 강요하는 등 궁지에 몰린 국내 은행을 상대로 잇속 챙기기에 나서기도 했다. 은행권은 추가 비용 지출을 감내하면서 만약의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협조했다. 이런 터에 해외 발행 커버드본드에 대한 당국의 고압적인 자세에 배신감까지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더구나 김 위원장은 최근 국정조사장에서 커버드본드 특별법 추진을 언급하기까지 했다. 금융당국은 업계가 최소한 어느 장단에 춤을 출 수 있는 건지 분위기는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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