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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악용…말뿐인 中企적합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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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앞세워 우회 진출
경쟁회사 진입 막기 악용
버젓이 사업설명회까지


#1 대기업 계열인 한 부품제조사는 최근 자회사를 통해 중소금형업체 인수를 검토중이다. 금형은 중소기업 적합품목으로 선정돼 대기업의 신규진입이 자제된 품목이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대기업이 적합업종 규제를 피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진출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여지가 높다.

#2 창호 등에 쓰이는 판유리가공품은 적합업종 신청이 들어와 현재 심사중인 품목이다. 겉으로는 중소규모 판유리가공업체들이 대기업인 LG하우시스의 시장진입을 막아달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은 다르다. 대기업인 KCC와 한국유리공업이 자신들과 거래하는 중소대리점을 앞세워 신청에 나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대·중소기업간 사업영역을 구분해 줄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품목 선정작업이 진행중인 가운데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제도 자체를 크게 신경 쓰지 않거나 경쟁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막기 위해 악용하는 사례도 나왔다.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강화한다는 애초 취지가 무색해지면서 일선 현장에선 벌써부터 역효과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부품제조사의 자회사인 H사는 최근 경북 구미에 있는 중소금형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접촉중이다. 금형의 경우 적합업종 선정 초창기부터 거론되던 품목으로 지난달 1차발표 시 포함돼 대기업은 신규진입 및 확장자제를 권고받은 상황이다.


아직 양측간 인수금액 등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진 않았으나 거래가 성사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규제수단은 없다. 다만 대기업이 적합업종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소업체 인수라는 방법을 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각종 제도를 만들지만 온갖 변칙적인 방법으로 피해가는 대기업을 보면 이같은 대책들이 괜한 짓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직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품목은 아니지만 판유리가공품의 경우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간 대리전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열린 조정협의체에는 신청인인 중소 판유리가공업체와 피신청인 자격으로 대기업인 LG하우시스 외에 판유리생산업체인 KCC와 한국유리공업 관계자들이 함께 참석했다.


일반적으로 조정협의체에 이해당사자인 대·중소기업과 중재자 정도만 모이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판유리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KCC와 한국유리공업이 중소업체를 대리인으로 앞세워 LG하우시스를 견제하기 위해 적합업종을 신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KCC나 한국유리공업이 직접 판유리가공품을 생산하진 않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적합업종을 통해 LG하우시스의 확장을 막으려는 행위로 풀이된다. LG하우시스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을 통해 판유리가공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같은 잡음은 적합업종 신청품목 곳곳에서 발견된다. 1차발표 시 선정된 떡의 경우 대기업이 프랜차이즈사업 확장자제를 권고받았다. 그러나 해당 대기업인 SPC는 이후에도 예비점주를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여는 등 전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SPC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추후 협의하기로 한 만큼 추가로 매장을 늘리는 게 현재로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장 분위기는 중앙회가 지난달 동반성장대책 1주년을 맞아 실시한 체감도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업체 가운데 75% 정도는 "대기업이 적합업종을 1, 2년 이행하다 말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적합업종 선정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40%를 넘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법보다 무서운 게 사회적 합의"라고 누차 강조하지만 본격적인 시행이 한달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회나 시민단체에선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 역시 단기간 내 합의가 힘든 만큼 잡음이 계속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열 기자 dy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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