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
외국에서 셰프로 생활하며 가장 즐겨하던 일 가운데 하나는 ‘파머스 마켓(재래시장)’이나 지방 축제를 찾아다니는 일이었다. 시장을 다니면서 그 지역민들로부터 식재료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축제를 통해 그곳의 고유 전통과 문화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매년 10월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골든게이트 파크(Golden Gate Park)에서 열리는 HSB(Hardly Strictly Blue grass Festival)도 기억에 남는 축제 중 하나다. 뮤직페스티벌이지만 다양한 음악과 퍼포먼스, 먹을거리 등이 어우러져 오감이 즐거운 축제다. 75만 명 이상이 모여드는 축제니만큼 규모도 대단하다.
지난해부터는 줄곧 국내 시장과 축제를 찾아다니고 있다.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점차 잊혀져가고 있는 전통 식재료와 먹을거리를 느껴보고 싶었다.
최근에는 전남 순천의 남도음식문화축제에 다녀왔다. 남도의 음식들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축제였고, 다양한 먹을거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쪽에서는 학생과 일반부로 나뉜 남도 음식 경연 대회가 있어 전통과 현재의 남도 음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현장이었다.
다양한 축제를 다니다보니 아쉬움도 많이 느낀다. 어떤 경우, 축제의 고유한 특색을 찾기 힘든 때도 있다. 먹을거리 위주의 축제가 많은데, 축제마다 먹을거리가 비슷해서 지역 특색을 느끼기 힘든 것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는 축제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1990년대 이후 지역 축제가 급증한 것이다.
이렇게 급격한 발전은 문제점을 양산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방문 외국인중 지역축제를 모르는 외국인이 88%라고 한다. 홍보의 문제다. 파리의 에펠탑을 보고 왔다고 해서 프랑스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서울의 몇몇 관광지와 맛 집들을 다녀본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를 이해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진정한 한국의 맛과 멋을 느끼게 하려면 지역방문을 유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축제의 활성화와 전문화가 필요하다.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대목이다.
단기적으로 우리끼리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우리가 주최가 되는 축제 지역별 음식의 우수성과 맛을 알릴 수 있는 축제가 필요하다. 그래야 방문한 외국인들이 한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토니 유의 한식 프로젝트 연재는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지면 연재를 마칩니다. 다음 6회부터는 온라인 연재로만 이어집니다.
글_ 토니 유
토니 유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쿠아 레스토랑' 등을 거쳐 현재 청담동 한식 레스토랑 'D6'에서 총괄 셰프를 지내고 현재 자신의 레스토랑을 준비 중이다. 2011 농림수산식품부 ‘미(米)라클 프로젝트 멘토 셰프로도 활동 중이다.
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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