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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가장 잘팔린책도 '도가니' 길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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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1일 책의날.. '정의'를 읽어온 독자들이 세상을 바꿨다.

[아시아경제 황석연 기자]책의 힘이다. 우리는 분명 그렇게 믿는다. 영화 '도가니'가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범죄 관련법의 개정까지 이끌어 낸 것은 광주 인화학교의 반인륜적 범죄를 다룬 인기작가 공지영씨의 소설 '도가니'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지난 달 같은 제목의 영화로 개봉되면서 사회적 각성을 촉구하는 태풍의 눈이 된 이 한 권의 책은 10월 첫 주에도 교보문고 종합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

30년전 가장 잘팔린책도 '도가니' 길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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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가 처음 문을 연 30년 전에도 그랬다. 1981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 읽은 책은 이창우의 '옛날 옛날 한 옛날'이었다. 70년대 고도성장의 이면을 원색적으로 파헤쳐 당시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이 책은 혜성과 같이 재계에 등장했다가 한순간 사라져버린 '제세 그룹'의 이야기를 다뤘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다음 해인 1981년 연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이 책은 권력과 결탁해 사업을 키워가다가 외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옥살이를 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질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맘속으로 파고 들었다.

60~70년대의 달동네 이야기를 기술하며 독자들에게 연민을 일으킨 '어둠의 자식들', '꼬방동네 사람들'도 배고픔과 고도성장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그 시대의 어둠을 잘 보여주는 책들이다.


30년전 가장 잘팔린책도 '도가니' 길 걸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2010년, 사람들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로 여전히 정의를 갈구한다. 이 책은 인문서로는 보기 드물게 1981년 교보문고 개점이래 첫 연간 종합 1위를 차지한 책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정의'는 이렇게 지난 30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남았다.

30년이란 시간을 관통해 시대별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온 독서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정의(Justice)'라는 키워드를 손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정의가 사람들의 맘을 울린 건 1981년만의 일은 아니다. 제5공화국의 탄압이 극심했던 1984년엔 조지 오웰의 '1984'가 연간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사람들은 인권유린이 판치던 당시 상황을 '1984'가 그리는 전체주의 국가의 모습에 비춰가며 쓰린 맘을 달랬다.


같은 해 연간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남긴 책들 가운데 '마침내 시인이여', '황토' 등과 같은 김지하의 시집이 여러 권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정의의 상징이었던 김지하의 책은 정의에 목말랐던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히 대변해줬다.


하지만 책 읽은 대중들이 언제나 정의를 갈구하며 한 방향으로만 흘러온 것은 아닐 것이다. 정의의 대안을 찾지 못해 처세서와 연애소설에 경도됐던 80년대 중반이 그랬다.


90년대는 어떤가. 위대한 영웅의 탄생을 기다리는 역사소설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92년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에 등극한 '소설 목민심서'가 그렇다. 98년 구제금융(IMF)위기를 거치면서 '오체불만족'(99년)이 베스트셀러 목록 1위의 자리에 오른 것은 삶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시련을 극복해 나가자는 메시지의 다름 아니다.


2000년대 들어선 '재미와 실용'을 강조하는 책들이 번람하면서 책 읽는 사람과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양극화되는 한 시대를 보여주었다. 책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범사회적인 캠페인이 벌어졌지만 출판가는 불황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오늘은 팔만대장경을 완간한 날을 기념해 만든 25번째 '책의 날'이다. 올해는 팔만대장경이 판각된 지 꼭 1000년이 되는 해라 더욱 뜻 깊다. '책의 날'을 맞아 지난 30년 동안 책속에 거울처럼 비춰진 우리 사회의 모습을 들여다보기 위해 교보문고와 본지가 지난 30년간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베스트셀러 목록을 분석해 시대별로 갈구해온 시대정신을 살펴보았다.


갈수록 커지는 소셜네트워크(SNS)의 영향으로 독자 한 사람의 입소문이 도서 판매를 크게 좌우하는 시대를 맞아 '책의 힘'을 다시 들여다 본다. 지금 책시장을 살리고 있는 40대 이후 세대(50~60년대 출생)는 컴퓨터와 PC통신의 초기 사용 세대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IMF라는 경제위기를 겪었던 이 세대는 재테크와 경제경영 서적의 인기몰이에 큰 몫을 하기도 했다.


2011년 출판시장의 주 소비자인 이들을 이을 젊은 독자의 창출을 위해 사회 구성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은 출판시장 활성화는 물론 우리 사회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키울 열쇠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황석연 사회문화부장 skyn11@




황석연 기자 sky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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