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한국과 미국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의회는 오는 12일까지 비준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와 여당도 10월 국회에서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달말까지 한국이 한미 FTA를 비준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맞춰 11일 미국을 국빈방문한다. 이 대통령은 오는 13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날 오후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미 FTA가 한미 동맹과 양국 미래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14일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디트로이트를 함께 방문해 양국이 산업협력을 통해 공생 발전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한미 FTA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많다. 민주당은 10개 항목을 재협상하고, 국내 대책 2가지를 보완하는 '10+2 재재협상안'을 고집하고 있다. 농민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 모두 새로운 주장은 없다. 국회에서는 여전히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구호'만 난무하고 있을 뿐, '사실'에 기초한 분석은 없어 보인다.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한미 FTA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7월1일 발효된 한국과 유럽연합(EU)의 FTA를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6일까지 한-EU FTA가 발효된 지 100일간의 무역 성적표를 따져보면 실로 놀랍다. FTA 혜택을 받은 제품들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로 아슬아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와중이어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이 기간동안 수출은 134억2000만달러, 수입은 124억달러로 10억2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관세청은 "EU 전체 수출증가율이 -1.1%였지만 FTA 혜택품목의 수출이 1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U 수출의 79%를 차지하는 FTA 혜택품목이 크게 늘어난 덕분에 다른 품목의 수출감소(-41%)를 상쇄한 것이다.
특히 자동차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0% 늘어난 것을 비롯해 석유제품(103%), 차부품(21%), 철강(21%), 컴퓨터(11%) 등도 증가세를 탔다. 관세 혜택이 없는 선박(-47%), 반도체(-43%), 무선통신기기(-42%) 등의 수출은 크게 감소했다.
수출 실적을 설명하던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EU FTA가 큰 힘이 되고 있다. 더 이상 무엇을 의심한단 말인가?"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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