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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시떼루 한국상품]“제조업 한류는 거품 아닌 현실 우월한 기술 입증 땐 공생 대상”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7초

박원주 주일한국대사관 상무관이 말하는 ‘일본시장 이렇다’

지난 4월 14일 도쿄 이케부크로의 세이부 백화점. 일본에서도 손에 꼽는 유명 백화점이지만 지난 3월 대지진의 여파로 영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은 꺼지고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백화점 입구에 일본 사람들이 200m가량 줄을 길게 늘어선 ‘낯선’ 광경이 펼쳐진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이토요가도 한류전’을 보러 온 사람들의 행렬이었다.


행사는 한국의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포스터가 보이고 주로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정도였는데도 흥행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몰려 온 것 마냥 북적였다. “와~, 한류 열기가 이 정도일 줄이야!”
일본 시장에서도 한류 열풍은 대단하다. 최근 한국에서 건너온 막걸리, 비비크림, 브라우니 과자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류가 걷혀도 일본에서 한국 제품의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국내외 낙관론이 대세다.

2002년 우리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으킨 한류 붐이 일본 열도에 빠르게 퍼져나갔는데 그때만 해도 일본인들은 잠깐의 인기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 드라마들만 방송하는 TV채널이 생길 만큼 그 명맥은 이어지고 있다. 한류가 일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한순간 사그라드는 거품으로는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 기업들도 바로 이런 일본 시장의 흐름을 읽고 제품을 만들어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막걸리는 건강과 피부에 좋다는 일본 연예인들의 입소문을 타더니 어느 새 일본 전체 주류 시장의 0.2%를 차지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 작은 수치지만 일본에서 특정 주류가 이 정도의 자리를 잡고 있다는 건 굉장한 일이다. 특히 소주로 인지도가 높은 진로의 막걸리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한스킨의 비비크림도 일본 유명 연예인이 사용한다고 알려지면서 통신 판매에서 대박이 났다.

오리온의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의 경우 좋은 재료를 사용했다는 점이 먹히면서 상당히 잘 팔리고 있는 제품 가운데 하나다. 이는 고급화 전략이 주효했다. 막걸리는 저렴한 술이지만 가격보다 여성의 피부에 좋다는 점이 어필했고 브라우니도 원료 선택의 깐깐함을 내세워 소구했다. 고품질,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일본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것.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태로 인해 한국의 쌀과 김치 등 식품에 대한 인기도 늘고 있는 추세.


여기에는 빠른 속도로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다. 일본 시장에서 기존 한국 국가 이미지는 후진국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2008년 리먼 사태가 터져 세계 경제가 어려운 국면에 처했음에도 한국은 OECD국가 중 빠른 회복과 성장세를 보임으로써 일본 경제계에, 일본 소비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을 배우자’는 기획 기사가 신문에 연이어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올해 들어 국제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성장세가 일본을 위협하면서 한국 제품의 품질에 대해서도 큰 신뢰감을 갖게 됐다.


지금 일본에서는 한국 상품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다. 지금 이 시기가 기회다. 일본 시장을 바로 알기 위해 정성과 노력을 들이고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 이전에 한국 세탁기의 일본 수출 노력이 있었으나 수출에 성공하고서도 일본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했다. 일본 주택 구조를 모른 채 섣불리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 정정당당하게 싸워 봐서 누구라도 실력이 우월하다고 입증되면 ‘타도’가 아니라 ‘공생’하려는 게 일본 기업들이다.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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