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 3주차에 접어든 철근 파동에 정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와 철강사들은 전날 오후 3시부터 국토해양부와 지식경제부 주재로 철근가격 인상안을 두고 간담회를 벌였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을 뿐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이날 오전 9시부터 건설사측 대표와 제강사측 대표끼리 1대1 회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건설사의 여의도·정동 집회도 잠정적으로 유보됐다. 이정훈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 회장은 "현재 철근협상이 진행중으로 협상기간내 집회를 자제해달라는 정부측의 요청사항을 받아들였다"며 "부족한 철근으로 사업장마다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철근 공급 재개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건설사들과 제강사들은 지난 8월부터 철근값을 놓고 대립해 왔다. 제강사들이 주원료인 철스크랩 가격 상승 및 전기료 인상 등을 고려해 철근 공급가격을 t당 80만원에서 85만원으로 올리자 건설사들이 납품대금 납입을 거부하며 맞섰다. 이에 제강사들은 지난달 17일부터 철근 공급을 중단했다.
철근 공급이 중단되면서 아파트 건설 공사 현장마다 빨간불이 켜졌다. 그나마 재고량이 있는 대형사의 경우 당장의 공사에는 차질이 없지만 2~3군 중견건설사와 하도급 업체들은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 용인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 중견건설사 O사의 관계자는 "재고량을 확보하지 않는 중견사들은 철근공급 중단으로 일방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며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에서는 주변 현장으로부터 조달을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고 토로했다.
대형사도 상황이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철근 공급 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기를 맞출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D건설 관계자는 "현장에 공급을 끊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준공일이 늦어져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피해가 갈 뿐아니라 지체상금 등 건설사도 재무상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철근가격은 선공급, 후정산 구조로 결정된다. 철강사는 건설사에게 철근을 선공급하고 건설사는 일정기간 후에 가격을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즉 8~9월 조달된 철근값을 10월에 결정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후정산 방식이 관례적으로 지금까지 이어 왔지만 시스템을 개선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박민우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지금 상황에서 가격에 대한 의미는 없다"며 "철근공급 중단으로 현장 공정에 문제가 생기는 일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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