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유로존 부채 위기는 갈수록 악화되는데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발언만이 외신 지면을 휩쓸고 있다. 유럽의 또 다른 열강인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자유주의적 정치 개혁을 외치며 화려하게 등장한 이 젊은 대통령은 요즘 정치 스캔들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 시각) 사르코지 대통령이 "Les Affaires"(스캔달)이라고 불리는 정치 자금 불법 모금과 일간 <르 몽드>지 기자에 대한 측근들의 도청 의혹으로 재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을 뿐만 아니라, 유럽 위기 극복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언론들이 "통치의 종말", "종족의 추락"이라고 화려하게 제목을 붙인 이 스캔들 덕분에 그의 지지도는 바닥을 기고 있다.
지난 3일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3가 내년 4월의 대선에서 사르코지가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대답했고 9월말 조사에서는 지지도가 32%로 내려앉아 재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의 의회 선거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사회주의자당이 상원에서 다수를 차지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인민운동동맹'(UMP)는 지난 2007년 이후 4번의 지방 선거에서 모두 패배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내년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유럽의 부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프랑스는 남유럽의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부실 국채 6천7백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로존 부채 위기에 가장 큰 위험 부담을 지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파리에 위치한 여론조사기관인 비아보이스의 책임자인 프랑소아 미께-마티는 "사르코지는 벽에 부닥쳤다"면서 "그는 스캔달로 도덕적 신뢰를 상실했고, 지방선거에서 정치적으로 패배했으며, 그의 경제적 수완의 신뢰성도 상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2년의 대선 승리는 의문스러우며, 그의 협상력은 국내에서나 국제적으로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아직 프랑스 언론들은 사르코지가 이 스캔들에 직접 연루되어 있다고는 쓰고 있지 않지만, "우파 지지자들 사이에 사르코지에 대한 신뢰도는 부식되고 있다"고 또 다른 여론 조사기관인 BVA의 책임자 갤 슬리망은 지적한다.
그러나 아직도 그에게는 최후의 승부수가 남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는 11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이 그것이다. 이 회담에서 그는 국제적 지도력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사르코지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선거는 위기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금융 위기는 시스템적인 것이고, 신뢰의 위기도 시스템적인 것이다, 그러니 거기에 대한 대응도 시스템적인 것이어야만 한다"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프랑스의 정치 조사기관인 세비포프의 분석가인 브루노 코트레는 "아직 사르코지의 연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이르다"면서 "지금 이 시점에서 사르코지가 떡(toast)이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스캔달 전에는 사르코지의 인기는 대중적이었고 리비아 사태 처리와 유로존 위기 관리는 그에게 도움이 되었다. 국내 경제 사정이 그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제는 그에게 고운 눈길을 보내지 않고 있다. 사르코지 정부의 추정에 따르더라도 내년 성장률은 당초 예상했던 2.5%보다 낮은 1.75%에 머물 전망이고, 국제 금융기관들의 전망치는 그보다도 한참 낮은 1% 내외이다.
이제까지의 모든 여론 조사들은 사회주의자당의 프랑소아 홀란데를 차기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당선 후보로 꼽고 있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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